[섹스&라이프] 빨라서 서러운 남자…이젠 울지 마세요
대외적인 이혼 사유로 가장 많이 거론하는 것은 '성격 차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9년 이혼 건수 12만4000여건 중 46.6%가 이혼 사유로 성격 차이를 꼽았다. 그러나 이 성격 차이는 '성적 차이'로 보는 의견이 많을 정도로 성관계는 결혼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대에 대한 성적인 불만이 심리적인 불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부 성관계의 심각한 장애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조루증이다.

남성 성기능 장애의 흔한 질환 가운데 하나인 조루증은 '사정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거나 성교에 만족을 얻을 수 없을 정도로 질내 삽입 즉시 또는 최소의 자극으로 극치감에 도달한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성관계 때 남성의 성적인 행동 단계는 5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성적 욕망의 단계,2단계는 흥분을 느끼고 발기가 이뤄지는 단계,3단계는 발기가 유지되는 안정기,4단계는 오르가슴을 느끼는 절정기,마지막은 오르가슴 이후 더 이상의 성적 자극이 일어나지 않는 편안한 시점이다. 보통 남성은 안정기 말이나 절정 초기에 사정이 일어난다. 그러나 조루증 남성은 정상 남성과 달리 이런 단계를 모두 무시하고 바로 사정한다고 호소한다.

조루증 환자는 일반 남성에 비해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루증 환자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이들은 △자존감이 매우 낮았으며 △이성관계뿐 아니라 전반적인 대인관계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삶의 질이 낮으며 △전반적인 건강 수준도 평균 남성에 비해 떨어졌다.

조루증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조루 환자의 파트너 또한 성적 만족도와 관계의 질에 있어 스트레스를 받으며,특히 두 사람 간 친밀도가 조루로 인해 손상받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러 책임감에 시달리는 한국 남성은 다른 국가 남성보다 조루증에 대한 악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경향이 있다.

대한남성과학회가 2009년 아시아 지역 남성 499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루 유병률 및 태도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 응답자 가운데 65%는 '조루증이 파트너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태국(8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으며 말레이시아(56%),중국(54%),대만(52%),홍콩(36%) 등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성행위 시간이 성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에서도 한국은 58%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어느 정도 절대적 시간이 담보돼야 성관계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한국 남성은 응답자 본인의 성관계 시간이 9.9분이라고 답했으나 이상적인 시간은 13.5분으로 생각했다.

문제는 조루증이 남녀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질환이 나타날 때 전문가와의 상담을 꺼린다는 것이다. 대신 인터넷에 떠도는 부정확한 정보와 풍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한남성과학회가 인터넷을 통해 전국 성인 남녀 43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루증에 대한 네티즌 인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 네티즌의 절반은 조루증과 발기부전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광성 대한남성과학회 회장(전남대병원 비뇨기과 교수)은 "부끄럽다고 치료를 받지 않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글에 의존하면 자칫 병을 키울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최근에는 조루증을 치료하는 효과 있는 경구용 치료제가 나와 치료의 길이 더욱 넓어졌다"고 말했다.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 중 대표적인 것은 한국얀센의 '프릴리지(Priligy)'다. 이 약의 이름은 프리빌리지(Privilege · 특권,일반적 권리)라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했다. '누구나 충분히 사랑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약은 신경전달물질 중 사정중추 내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사정 시간을 지연시킴으로써 조루증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 준다. 이 약은 사정 시간 2분 이내인 전 세계 조루환자 600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프릴리지를 투여받은 환자는 사정 시간이 3~4배 길어졌다는 점이 작년 세계성의학회에서 공개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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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릴리지는 작년 2월 핀란드 스웨덴 등에서 처음으로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작년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며 출시와 동시에 1차 물량이 전부 팔렸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남성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사정 시간 연장 효과에 대한 메시지가 잘 전달되면서 출시 전부터 구매 문의가 폭증했다"고 밝혔다.

복용법은 18~64세 성인 남성의 경우 성행위를 갖기 1~3시간 전에 1회 30㎎짜리 알약을 한 개 먹으면 된다. 만약 효과가 충분하지 않고 내성이 염려스러운 경우에는 최대 권장 용량인 60㎎까지 복용할 수 있다. 다만 24시간 이내 1회 이상 복용해서는 안 된다. 프릴리지는 국내 부부들의 한 달 평균 성관계 횟수인 6회에 맞춰 30㎎,60㎎ 두 가지 용량을 각각 3개씩 넣은 팩으로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