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북 경협 및 교역 전면 중단을 포함한 대북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남북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충격파를 배제할 수 없다"며 사태 전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리스크(우려)가 터질 때마다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았던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지만,북한의 도발이 터질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이번 사태 전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남북 경협 중단 선언으로 남북 간 긴장관계가 고조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견제로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나는 경우다.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인데 그럴 가능성은 낮다"며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입장에서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낙관론을 견지하는 전문가들은 미 · 중 개입으로 다소 시일이 걸리겠지만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는 수순으로 이번 사태가 종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사태 전개에 따라 일시적으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수는 있으나 경제에 미칠 파장은 거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우리 정부가 유엔 등 국제사회를 통한 제재에 나서면서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일부 군사 충돌까지 빚어지는 경우다. 남북관계는 긴장이 고조되고 금융시장 불안이 최소 한두 달 이어지며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줘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남북관계가 극한으로 치달아 회복되는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이다. 경협 중단에 이어 북한에 '달러 박스' 역할을 하는 개성공단 폐쇄 조치까지 나올 경우 북한은 경제적 고립에 처하게 되고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 남북관계 긴장이 장기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금융시장 장기 불안→경제심리 불안→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회복되는 경제에 타격이 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북한이 어떤 대응을 보일지가 최대 관건"이라며 "현재로선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식으로까지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첫 번째를 가장 높게 보고 있다. "미 · 중 견제에다 북한 스스로도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15년 이상 내핍생활을 해온 만큼 더 이상 고립을 자처하지는 않을 것"(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물론 그렇더라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전까지는 사태 전개 추이에 따라 일부 금융시장 불안은 나타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첫 번째보다는 가능성이 낮지만 두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은 북한에 대한 남측의 대응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벌어진 일련의 북한 관련 사건들과 비교해도 파장이 가장 크고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 대북 관련 리스크 가운데 금융시장 파장이 가장 컸던 것은 2002년 12월12일 북한이 비핵화 선언을 포기하고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던 때다. 당시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2003년 1월 말까지 한 달 보름간 코스피지수는 120포인트 하락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