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포커스] 전립선비대증 '시원한 수술법'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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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김모씨(72)는 전립선비대증 때문에 3일간 소변을 못 보고 인근 동네병원에서 요도에 카테터를 꼽은 채 고생하다 최근 서울 종로3가역 인근의 늘푸른비뇨기과(원장 최준호)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레볼릭스'레이저를 이용해 97g에 달하는 전립선 비대조직을 제거하니 35g으로 줄었다. 70대 노인의 평균 요속은 초당 13m인데 수술 후 며칠 만에 25m로 개선돼 지금은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있게 됐다. 전립선 수술 하면 배뇨시 통증이 오고 성적 무력감이 온다는 게 통설인데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아 만족스럽다.
전립선비대증을 출혈 또는 인접조직 손상 등의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기존 방법보다 더 많은 비대조직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수술법이 등장했다. 독일의 리사레이저가 개발하고 휴먼메디칼(대표 이영근)이 국내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레볼릭스'가 요즘 비뇨기과 전문의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레볼릭스는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시판허가를 획득했으며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증받아 앞으로 비급여 형태로 환자에게 시술될 수 있는 의료기기로 등재됐다. 현재 늘푸른비뇨기과와 골드만비뇨기과강남점(원장 김태헌) 등에 공급됐으며 서울아산병원,고려대 구로병원,인제대 해운대백병원(부산),전북대병원(전주),동국대병원(경주),파티마병원(대구),동아대병원(부산) 등의 비뇨기과에도 올해 안에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레볼릭스는 레이저빛을 만드는 매질로 툴륨(thulium)을 썼으며 파장이 2013㎚(나노미터)다. 이보다 앞서 나온 최신 홀뮴 레이저(시술법은 홀렙)는 매질이 홀뮴으로써 파장이 2140㎚다. 이런 파장의 특성 때문에 레볼릭스는 체내 수분과 혈액에 대한 흡수력이 홀뮴 레이저보다 2.5배 높다. 그만큼 레볼릭스는 더 강한 에너지로 전립선비대조직을 절제할 수 있고 수술과정 중 흐르는 피를 즉시 멎게 할 수 있다. 미묘한 파장의 차이가 시술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또 현재 가장 널리 보급돼 있는 HPS레이저(고출력 120와트)나 KTP레이저(출력 80와트)는 파장이 532㎚로 비대조직을 태워 없애 기화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레이저는 한번 태우면 전립선비대증의 붉은 조직이 흰색에 가깝게 변하면서 더 이상 레이저를 흡수하지 못해 비대조직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구나 HPS레이저는 조직을 태울 때 발생하는 가스를 음압을 이용해 체외로 배출시켜야 한다. 따라서 많은 양의 전립선을 제거하는 게 어렵다. 이 때문에 40~60g의 비대조직 정도만 적출할 수 있다.
전립선은 20세 성인의 경우 평균 20g안팎으로 호두알 크기만 하다. 이후 매년 0.4 정도 커진다. 흔히 40g이상일 때 전립선비대증으로 간주하며 환자 20명 중 한두 명꼴로 100g 이상 나가기도 한다. 따라서 60g 이상은 물론 100g이 넘는 비대조직을 적출하려면 홀뮴 레이저나 레볼릭스 레이저를 동원해야 한다.
홀뮴 레이저는 귤껍질 까듯 전립선비대조직을 전립선을 둘러싸고 있는 피막으로부터 분리 · 적출한다. 매질이 홀뮴인 특성 탓에 레이저가 총을 쏘듯 발사된다. 따라서 정교한 절제가 힘들고 인근조직에 미세한 상처를 남긴다. 이에 비해 레볼릭스는 총을 쏘는 듯한 펄스 모드와 햇빛이 계속 내리쬐는 듯한 연속 모드 두 가지가 가능해 전립선비대조직을 깔끔하게 떼어내면서 동시에 주위조직을 기화시킨다. HPS 레이저가 기화,홀뮴 레이저가 절제에 초점을 둔 기기라면 레볼릭스는 기화와 절제의 기능이 3 대 2로 조화돼 양 기기의 장점을 지녔다 할 수 있다.
레볼릭스는 수술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현격하게 줄였다. 홀뮴레이저는 절제한 전립선비대조직을 방광으로 밀어넣어서 분쇄기로 잘게 부수어 요도로 빠져나오게 하는데 분쇄(morcellation) 과정에서 방광점막이 손상당할 위험이 1.9%에 가깝다는 보고가 있으며 인접 신경 · 혈관이 손상될 가능성도 1.5%에 달한다. 또 수술에 2~3시간이 걸려 그 사이 직경이 큰 카테터를 박고 있으면 요도 압박에 따른 방광경부협착이 5~7%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또 HPS나 KTP레이저는 레이저빛이 주변에 산란되면서 인근 연부조직을 손상시키고 배뇨시 통증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적잖은 편이다.
이에 비해 레볼릭스는 비대조직을 듬성듬성 절제하면서 동시에 기화시키는 방식이므로 분쇄 과정이 필요 없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수반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레이저 파장이 선택된 조직에 흡수돼 인접한 연부조직에 침투되는 정도는 절단면 아래의 0.5㎜ 이내에 불과하다. 따라서 예기치 않은 화상이나 괴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
의사나 환자 입장에서 레볼릭스는 편안한 느낌을 준다. HPS나 KTP레이저는 수술에서 섬광이 나오고 레이저가 산란돼 시술자의 각막을 손상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HPS나 KTP레이저 시술에는 보호안경이 필요하나 레볼릭스는 안경을 쓸 이유가 없다. 또 HPS나 홀뮴레이저는 버스가 지나가는 정도의 소리가 들려 환자에게 불안감을 주지만 레볼릭스는 소음이 아주 적다.
의사가 숙련된 수술테크닉을 익히려면 홀뮴 레이저의 경우 적어도 50회 이상의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서 이 수술을 능숙하게 하는 의사는 오승준 · 백재승(서울대병원),이종복(국립의료원),이정주(부산대) 등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 반면 레볼릭스는 시술법이 익히기 편해 5회 정도 수련하면 누구나 쉽게 전립선 비대조직을 제거할 수 있어 대중화 전망이 밝다.
최준호 비뇨기과 원장은 "현재 표준이 되는 경요도전립선절제술(TURP)로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서 비대한 전립선을 전기칼로 긁어내는데 수술 후 3~5일간의 입원이 필요하며 수술후 요도 출혈과 요실금,전립선피막손상,성기능 감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에 비해 레볼릭스는 작년 5월 이후 최근까지 195명에 달하는 환자에게 적용해봤지만 이 같은 부작용이 한 건도 없었고 증상이 며칠 만에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전립선비대증을 출혈 또는 인접조직 손상 등의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기존 방법보다 더 많은 비대조직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수술법이 등장했다. 독일의 리사레이저가 개발하고 휴먼메디칼(대표 이영근)이 국내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레볼릭스'가 요즘 비뇨기과 전문의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레볼릭스는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시판허가를 획득했으며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증받아 앞으로 비급여 형태로 환자에게 시술될 수 있는 의료기기로 등재됐다. 현재 늘푸른비뇨기과와 골드만비뇨기과강남점(원장 김태헌) 등에 공급됐으며 서울아산병원,고려대 구로병원,인제대 해운대백병원(부산),전북대병원(전주),동국대병원(경주),파티마병원(대구),동아대병원(부산) 등의 비뇨기과에도 올해 안에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레볼릭스는 레이저빛을 만드는 매질로 툴륨(thulium)을 썼으며 파장이 2013㎚(나노미터)다. 이보다 앞서 나온 최신 홀뮴 레이저(시술법은 홀렙)는 매질이 홀뮴으로써 파장이 2140㎚다. 이런 파장의 특성 때문에 레볼릭스는 체내 수분과 혈액에 대한 흡수력이 홀뮴 레이저보다 2.5배 높다. 그만큼 레볼릭스는 더 강한 에너지로 전립선비대조직을 절제할 수 있고 수술과정 중 흐르는 피를 즉시 멎게 할 수 있다. 미묘한 파장의 차이가 시술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또 현재 가장 널리 보급돼 있는 HPS레이저(고출력 120와트)나 KTP레이저(출력 80와트)는 파장이 532㎚로 비대조직을 태워 없애 기화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레이저는 한번 태우면 전립선비대증의 붉은 조직이 흰색에 가깝게 변하면서 더 이상 레이저를 흡수하지 못해 비대조직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구나 HPS레이저는 조직을 태울 때 발생하는 가스를 음압을 이용해 체외로 배출시켜야 한다. 따라서 많은 양의 전립선을 제거하는 게 어렵다. 이 때문에 40~60g의 비대조직 정도만 적출할 수 있다.
전립선은 20세 성인의 경우 평균 20g안팎으로 호두알 크기만 하다. 이후 매년 0.4 정도 커진다. 흔히 40g이상일 때 전립선비대증으로 간주하며 환자 20명 중 한두 명꼴로 100g 이상 나가기도 한다. 따라서 60g 이상은 물론 100g이 넘는 비대조직을 적출하려면 홀뮴 레이저나 레볼릭스 레이저를 동원해야 한다.
홀뮴 레이저는 귤껍질 까듯 전립선비대조직을 전립선을 둘러싸고 있는 피막으로부터 분리 · 적출한다. 매질이 홀뮴인 특성 탓에 레이저가 총을 쏘듯 발사된다. 따라서 정교한 절제가 힘들고 인근조직에 미세한 상처를 남긴다. 이에 비해 레볼릭스는 총을 쏘는 듯한 펄스 모드와 햇빛이 계속 내리쬐는 듯한 연속 모드 두 가지가 가능해 전립선비대조직을 깔끔하게 떼어내면서 동시에 주위조직을 기화시킨다. HPS 레이저가 기화,홀뮴 레이저가 절제에 초점을 둔 기기라면 레볼릭스는 기화와 절제의 기능이 3 대 2로 조화돼 양 기기의 장점을 지녔다 할 수 있다.
레볼릭스는 수술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현격하게 줄였다. 홀뮴레이저는 절제한 전립선비대조직을 방광으로 밀어넣어서 분쇄기로 잘게 부수어 요도로 빠져나오게 하는데 분쇄(morcellation) 과정에서 방광점막이 손상당할 위험이 1.9%에 가깝다는 보고가 있으며 인접 신경 · 혈관이 손상될 가능성도 1.5%에 달한다. 또 수술에 2~3시간이 걸려 그 사이 직경이 큰 카테터를 박고 있으면 요도 압박에 따른 방광경부협착이 5~7%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또 HPS나 KTP레이저는 레이저빛이 주변에 산란되면서 인근 연부조직을 손상시키고 배뇨시 통증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적잖은 편이다.
이에 비해 레볼릭스는 비대조직을 듬성듬성 절제하면서 동시에 기화시키는 방식이므로 분쇄 과정이 필요 없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수반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레이저 파장이 선택된 조직에 흡수돼 인접한 연부조직에 침투되는 정도는 절단면 아래의 0.5㎜ 이내에 불과하다. 따라서 예기치 않은 화상이나 괴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
의사나 환자 입장에서 레볼릭스는 편안한 느낌을 준다. HPS나 KTP레이저는 수술에서 섬광이 나오고 레이저가 산란돼 시술자의 각막을 손상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HPS나 KTP레이저 시술에는 보호안경이 필요하나 레볼릭스는 안경을 쓸 이유가 없다. 또 HPS나 홀뮴레이저는 버스가 지나가는 정도의 소리가 들려 환자에게 불안감을 주지만 레볼릭스는 소음이 아주 적다.
의사가 숙련된 수술테크닉을 익히려면 홀뮴 레이저의 경우 적어도 50회 이상의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서 이 수술을 능숙하게 하는 의사는 오승준 · 백재승(서울대병원),이종복(국립의료원),이정주(부산대) 등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 반면 레볼릭스는 시술법이 익히기 편해 5회 정도 수련하면 누구나 쉽게 전립선 비대조직을 제거할 수 있어 대중화 전망이 밝다.
최준호 비뇨기과 원장은 "현재 표준이 되는 경요도전립선절제술(TURP)로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서 비대한 전립선을 전기칼로 긁어내는데 수술 후 3~5일간의 입원이 필요하며 수술후 요도 출혈과 요실금,전립선피막손상,성기능 감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에 비해 레볼릭스는 작년 5월 이후 최근까지 195명에 달하는 환자에게 적용해봤지만 이 같은 부작용이 한 건도 없었고 증상이 며칠 만에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