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가진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는 천안함 이전과 이후의 한반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남북관계가 '패러다임 시프트(인식의 근본틀 변화)' 국면을 맞고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의 남북관계 근간을 이뤘던 이른바 '햇볕정책'의 대전환이라고 표현했다. 햇볕정책 폐기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간판을 내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담화와 외교 · 국방 · 통일부 장관의 합동기자회견 내용은 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부터 북한 선박은 남북 해운합의서에서 허용한 우리 해역의 어떤 해상 교통로도 이용할 수 없다"며 "남북간 교류협력도 중단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두 사안 모두 김대중 ·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 핵심이었던 만큼 의미가 작지 않다.

이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은 앞으로 북한의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며 "(북한이) 우리의 영해,영공,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군사적 대응이 있을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천안함 사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국방부는 우리 해군이 주관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역내 해상차단 훈련을 하반기 중 실시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한 · 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도 진행하며,대북 심리전을 재개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 지역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방북을 불허하기로 했다.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선제 군사적 공격을 빼곤 동원할 수 있는 강공책을 망라했다. 남북 교역 중단은 북한 경제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강경 대응 쪽에 무게가 실린다. 당장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에 대해 "확성기를 조준해 격파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대화 여지는 남겨뒀다. 남북이 주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도 이번 사태의 장기전은 심각한 내상을 가져올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남북관계는 단기적으로는 '강 대 강'의 대결 구도로 흐르겠지만,북한도 압박이 지속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6자회담을 돌파구로 삼으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