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CEO 경영교실] 박재항의 브랜드 만들기‥마라도나 귀고리보다 비싸게 팔린 재키의 모조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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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속의 진짜 가치 간파 35弗짜리에 21만弗 베팅"
품격있는 브랜드의 조건은
희소성·역사적 상징성·인지도
비즈니스활용 가능성·진실성
품격있는 브랜드의 조건은
희소성·역사적 상징성·인지도
비즈니스활용 가능성·진실성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세계적 축구스타 디에고 마라도나가 지난해 말 이탈리아에서 세금 포탈로 다이아몬드 귀고리를 압류당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귀고리는 낙찰에 부쳐졌지만 그리 높지 않은 값에 팔렸습니다. 반면에 1996년 경매에 부쳐진 재클린 오나시스 케네디의 진주 목걸이는 모조품임에도 상상을 불허하는 높은 가격에 팔렸습니다. 모조품 진주 목걸이가 진짜 다이아몬드 귀고리보다 훨씬 비싸게 팔린 비밀은 뭘까요.
# 마라도나의 다이아몬드 귀고리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대한민국과 같은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감독 디에고 마라도나는 선수 생활을 그만둔 지 오래지만 여러 사건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습니다. 마약,음주 후 주사 등은 기본이고 남아메리카의 민중을 대변하는 정치적 제스처까지 펼쳐 퇴역 축구 스타로는 가장 많은 기자와 파파라치들을 몰고 다녔죠.
그런데 작년 말 세금을 내지 않아서 압류당한 그의 귀고리가 시가보다 여섯 배 가까운 값으로 이탈리아에서 낙찰됐다고 해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번 경매에 나온 다이아몬드 귀고리는 시가로 4400유로(약 712만원)였다고 합니다. 그것이 이탈리아 어느 여성에게 2만5000유로(약 4000만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어느 신문에서는 시가를 훨씬 뛰어넘는 낙찰가가 마라도나의 인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마라도나'라는 이름값과 귀고리에 담긴 스토리를 생각하면 낙찰가는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반면에 재클린 오나시스 케네디가 남긴 목걸이는 마라도나의 귀고리에 비해 엄청난 관심을 끌었습니다.
# 재키의 모조 진주 목걸이
오랜 역사를 지닌 프랭클린 민트란 기업이 있습니다. 수집용 인형이나 기념품 같은 것을 만들어서 파는 회사죠.1996년 당시 자신의 남편과 함께 프랭클린 민트의 공동 소유주였던 린다 레즈닉은 경매에 부쳐진 재클린 오나시스 케네디의 모조 진주로 만든 목걸이를 21만1000달러에 삽니다. 그 목걸이는 재키가 1950년대 뉴욕의 버그도프 굿맨이란 매장에서 35달러에 산 것이었습니다. 소더비는 경매를 진행하면서 목걸이 시가가 200달러 정도에 경매 낙찰가는 700달러 정도 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합니다.
경매일이 다가오면서 레즈닉의 마케팅 감각이 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재키가 실제로 착용하고 다녔던 그 모조 진주로 만든 목걸이는 '카멜롯(Camelot)'이란 단어에 응축돼 있는 그 시대 우아한 패션의 상징이었던 재키와 항상 함께한 아이콘이었습니다. 재키 외에 미국 여성 중 그렇게 최고의 가문을 배경으로 세계 정치계,재계,연예계,문화계까지 포용하며 매혹시킨 그런 아이콘과 같은 여성은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 빈 정도만이 비견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재키의 목걸이 경매는 '세기의 경매'라고 광고가 되기도 했는데,세상에 둘도 없는 재키가 세상을 떠났으니 더 이상 '재키가 했던'이란 수식이 붙는 품목이 나올 수 없는 것이죠.
# 가짜의 진짜 가치
'모조 진주 목걸이 하나에 21만1000달러를 내다니,듀어스 스카치 위스키가 필요하군요. (Just pay $211,000 for a strand of fake pearls? You need a Dewar's.)'
재키의 목걸이 경매 이후 '듀어스 스카치 위스키'에서 월스트리트저널 전면에 실은 광고의 헤드라인이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듀어스 스카치를 마시면서 레즈닉이나 그 기사를 본 사람이나 정신을 좀 차려 보라는 얘기지요. 하지만 레즈닉은 자신의 회사인 프랭클린 민트를 통해 재키의 모조 진주 목걸이와 똑같이 만든 '재키의 진주(Jackie's Pearl)'란 제품을 출시,25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립니다. 수익률을 1%만 잡아도 25만달러 이상이니 목걸이 값은 충분히 한 것이었죠.
레즈닉의 말대로 다소 이상하게 들리지만 재키가 했던 '진짜 모조 진주(real fake pearl)' 목걸이를 소유,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진실성을 모조품에 집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레즈닉은 진짜 모조품에 손상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철저히 원품을 과학적으로 분석,최대한 원품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제품을 산 소비자들은 재키가 목걸이를 하고 찍은 사진과 함께 경매 이야기,이후의 똑같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열정 등을 접하면서 정말 재키가 했던 목걸이를 걸고 있는 듯한 감정에 빠지게 됩니다.
2004년 레즈닉은 그 목걸이를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기증합니다. 저는 이 행동에 정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마케팅이나 홍보에 머리가 발달한 사람인지라 뭔가 잔꾀가 들어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본인 기업이나 개인 브랜드,미국이라는 국가의 문화와 역사를 위해서도 옳은 행동이었습니다. 기업 브랜드나 제품 마케팅 활동과 사회와의 접목은 이렇게 명분과 실리를 다 잡을 수 있게 기획해야 합니다.
# 품격 있는 브랜드의 조건
마라도나의 다이아몬드 귀고리와 재키의 목걸이를 비교해 보면 왜 그렇게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희소성입니다. 마라도나는 앞으로도 같은 상표와 디자인의 귀고리를 다시 구매해서 착용하고 다닐 수 있습니다. 재키는 운명을 달리 했습니다. 재키가 직접 했던 목걸이는 공급이 중단됐죠.당연히 더욱 희귀한 물품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역사성과 상징성에 그 차이가 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케네디라는 젊은 대통령이 우아한 미인 퍼스트 레이디와 함께 미국을 이끌었던 좋은 시절로 그 시대를 기억합니다. 그 시대의 대표적인 아이콘 소품이 바로 그 목걸이였습니다. 마라도나의 귀고리가 상징하는 시대가 있습니까. 마라도나의 신기(神技)와 같은 축구장에서 보였던 활약과 귀고리가 무슨 관계가 있었습니까.
셋째,인지도도 한 요인이지요. 당시 패션 리더로서 재키는 사진기자들이 가장 사랑한 피사체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사람들은 쉽게 그 목걸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이아몬드 귀고리는 너무나 작습니다. 작년의 압수 소동과 이번 경매로 알려졌을 따름입니다.
넷째,비즈니스 활용 가능성입니다. 레즈닉은 어떻게 그 모조 진주 목걸이로 새로운 제품 라인을 만들고 팔아야 하는지 훌륭한 실례를 보여주었습니다. '연아 귀고리'식으로 유명인이 착용한 의상이나 액세서리가 팔리는 현상은 세계 공통입니다.
다섯째,진실성의 문제입니다. 마라도나는 목걸이를 세금 포탈과 체납 때문에 뺏겼습니다. 마라도나의 이탈리아 활동 무대였던 나폴리의 시민들이 '귀고리 찾아주기' 모금을 시도했다고 하는데,그러기에는 마라도나의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측면이 더욱 크게 부각됐습니다. 이에 비해 재키의 이미지는 미국인들에게 거의 신격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녀는 바람을 피우고,경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던 남편 존 F 케네디 때문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고 백악관을 지켰으며,아이들을 위해서 뉴욕을 떠나 오나시스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 품성의 상징 중 하나가 '모조 진주 목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미국을 위한,패션을 위한,인간을 위한' 진실성이 목걸이에 담겨 있기 때문에 가치가 높았습니다.
위의 다섯 가지 요소는 모든 브랜드가 우선 순위와 비중에서 조금씩 차이가 날 수는 있으나 갖춰야 할 요건입니다. 그래야 물질적인 가치 이상을 지닌 진정한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으니까요.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
# 마라도나의 다이아몬드 귀고리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대한민국과 같은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감독 디에고 마라도나는 선수 생활을 그만둔 지 오래지만 여러 사건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습니다. 마약,음주 후 주사 등은 기본이고 남아메리카의 민중을 대변하는 정치적 제스처까지 펼쳐 퇴역 축구 스타로는 가장 많은 기자와 파파라치들을 몰고 다녔죠.
그런데 작년 말 세금을 내지 않아서 압류당한 그의 귀고리가 시가보다 여섯 배 가까운 값으로 이탈리아에서 낙찰됐다고 해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번 경매에 나온 다이아몬드 귀고리는 시가로 4400유로(약 712만원)였다고 합니다. 그것이 이탈리아 어느 여성에게 2만5000유로(약 4000만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어느 신문에서는 시가를 훨씬 뛰어넘는 낙찰가가 마라도나의 인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마라도나'라는 이름값과 귀고리에 담긴 스토리를 생각하면 낙찰가는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반면에 재클린 오나시스 케네디가 남긴 목걸이는 마라도나의 귀고리에 비해 엄청난 관심을 끌었습니다.
# 재키의 모조 진주 목걸이
오랜 역사를 지닌 프랭클린 민트란 기업이 있습니다. 수집용 인형이나 기념품 같은 것을 만들어서 파는 회사죠.1996년 당시 자신의 남편과 함께 프랭클린 민트의 공동 소유주였던 린다 레즈닉은 경매에 부쳐진 재클린 오나시스 케네디의 모조 진주로 만든 목걸이를 21만1000달러에 삽니다. 그 목걸이는 재키가 1950년대 뉴욕의 버그도프 굿맨이란 매장에서 35달러에 산 것이었습니다. 소더비는 경매를 진행하면서 목걸이 시가가 200달러 정도에 경매 낙찰가는 700달러 정도 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합니다.
경매일이 다가오면서 레즈닉의 마케팅 감각이 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재키가 실제로 착용하고 다녔던 그 모조 진주로 만든 목걸이는 '카멜롯(Camelot)'이란 단어에 응축돼 있는 그 시대 우아한 패션의 상징이었던 재키와 항상 함께한 아이콘이었습니다. 재키 외에 미국 여성 중 그렇게 최고의 가문을 배경으로 세계 정치계,재계,연예계,문화계까지 포용하며 매혹시킨 그런 아이콘과 같은 여성은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 빈 정도만이 비견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재키의 목걸이 경매는 '세기의 경매'라고 광고가 되기도 했는데,세상에 둘도 없는 재키가 세상을 떠났으니 더 이상 '재키가 했던'이란 수식이 붙는 품목이 나올 수 없는 것이죠.
# 가짜의 진짜 가치
'모조 진주 목걸이 하나에 21만1000달러를 내다니,듀어스 스카치 위스키가 필요하군요. (Just pay $211,000 for a strand of fake pearls? You need a Dewar's.)'
재키의 목걸이 경매 이후 '듀어스 스카치 위스키'에서 월스트리트저널 전면에 실은 광고의 헤드라인이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듀어스 스카치를 마시면서 레즈닉이나 그 기사를 본 사람이나 정신을 좀 차려 보라는 얘기지요. 하지만 레즈닉은 자신의 회사인 프랭클린 민트를 통해 재키의 모조 진주 목걸이와 똑같이 만든 '재키의 진주(Jackie's Pearl)'란 제품을 출시,25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립니다. 수익률을 1%만 잡아도 25만달러 이상이니 목걸이 값은 충분히 한 것이었죠.
레즈닉의 말대로 다소 이상하게 들리지만 재키가 했던 '진짜 모조 진주(real fake pearl)' 목걸이를 소유,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진실성을 모조품에 집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레즈닉은 진짜 모조품에 손상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철저히 원품을 과학적으로 분석,최대한 원품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제품을 산 소비자들은 재키가 목걸이를 하고 찍은 사진과 함께 경매 이야기,이후의 똑같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열정 등을 접하면서 정말 재키가 했던 목걸이를 걸고 있는 듯한 감정에 빠지게 됩니다.
2004년 레즈닉은 그 목걸이를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기증합니다. 저는 이 행동에 정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마케팅이나 홍보에 머리가 발달한 사람인지라 뭔가 잔꾀가 들어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본인 기업이나 개인 브랜드,미국이라는 국가의 문화와 역사를 위해서도 옳은 행동이었습니다. 기업 브랜드나 제품 마케팅 활동과 사회와의 접목은 이렇게 명분과 실리를 다 잡을 수 있게 기획해야 합니다.
# 품격 있는 브랜드의 조건
마라도나의 다이아몬드 귀고리와 재키의 목걸이를 비교해 보면 왜 그렇게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희소성입니다. 마라도나는 앞으로도 같은 상표와 디자인의 귀고리를 다시 구매해서 착용하고 다닐 수 있습니다. 재키는 운명을 달리 했습니다. 재키가 직접 했던 목걸이는 공급이 중단됐죠.당연히 더욱 희귀한 물품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역사성과 상징성에 그 차이가 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케네디라는 젊은 대통령이 우아한 미인 퍼스트 레이디와 함께 미국을 이끌었던 좋은 시절로 그 시대를 기억합니다. 그 시대의 대표적인 아이콘 소품이 바로 그 목걸이였습니다. 마라도나의 귀고리가 상징하는 시대가 있습니까. 마라도나의 신기(神技)와 같은 축구장에서 보였던 활약과 귀고리가 무슨 관계가 있었습니까.
셋째,인지도도 한 요인이지요. 당시 패션 리더로서 재키는 사진기자들이 가장 사랑한 피사체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사람들은 쉽게 그 목걸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이아몬드 귀고리는 너무나 작습니다. 작년의 압수 소동과 이번 경매로 알려졌을 따름입니다.
넷째,비즈니스 활용 가능성입니다. 레즈닉은 어떻게 그 모조 진주 목걸이로 새로운 제품 라인을 만들고 팔아야 하는지 훌륭한 실례를 보여주었습니다. '연아 귀고리'식으로 유명인이 착용한 의상이나 액세서리가 팔리는 현상은 세계 공통입니다.
다섯째,진실성의 문제입니다. 마라도나는 목걸이를 세금 포탈과 체납 때문에 뺏겼습니다. 마라도나의 이탈리아 활동 무대였던 나폴리의 시민들이 '귀고리 찾아주기' 모금을 시도했다고 하는데,그러기에는 마라도나의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측면이 더욱 크게 부각됐습니다. 이에 비해 재키의 이미지는 미국인들에게 거의 신격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녀는 바람을 피우고,경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던 남편 존 F 케네디 때문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고 백악관을 지켰으며,아이들을 위해서 뉴욕을 떠나 오나시스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 품성의 상징 중 하나가 '모조 진주 목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미국을 위한,패션을 위한,인간을 위한' 진실성이 목걸이에 담겨 있기 때문에 가치가 높았습니다.
위의 다섯 가지 요소는 모든 브랜드가 우선 순위와 비중에서 조금씩 차이가 날 수는 있으나 갖춰야 할 요건입니다. 그래야 물질적인 가치 이상을 지닌 진정한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으니까요.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