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곤경에 처했던 일본 기업들이 올 들어 전열을 새롭게 가다듬고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그간 일본 기업들은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우선 비즈니스 모델이다. 많은 개발비와 기술력을 들여 제품을 개발해도 금방 후발기업들에 따라잡혀 개발자 이익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DVD 플레이어,액정,최근엔 비메모리 반도체까지 외국 후발기업에 시장점유율을 추월당했다. 또 품질이 좋은 제품은 비싸더라도 소비자가 알아줄 것이라는 고객경시 · 자기중심적 사고도 시장을 잃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요즘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4월6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실린 소니의 3D 산업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위기 때 소니 주가는 원저 · 엔고일 때는 하락하고 원고 · 엔저일 때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양국 환율과 관계 없이 소니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소니는 3D 분야에서 TV뿐만 아니라 영화관용 프로젝터와 디스크,업무용 카메라 등 한국 기업에 없는 가치사슬(밸류체인)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3D만으로 1조엔 이상 매출을 예상할 정도다. 또 영화 음악 게임 등의 콘텐츠를 하드웨어로 연결하는 하드 · 소프트 융합에서도 소니는 한국 기업을 훨씬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기사가 아닐 수 없다.

저가격 제품에 대한 인식도 바꾸고 있다. 일본 기업들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첫째는 더블 스탠더드 전략이다. 일본시장과 신흥시장 출시 제품의 품질 기준을 달리하는 전략이다. 혼다가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 품질 기준을 낮추고 가격을 싸게 해서 '짝퉁 혼다 오토바이'를 몰아내고 시장을 탈환한 사례는 유명하다. 최근 공업용 미싱회사인 주기(JUKI)는 중국 가정용 시장을 공략하려 품질 보증 기한을 7년에서 3년으로 낮췄다. 닛산도 100만엔 정도의 엔트리카 '마치'를 생산하기 위해 공장을 태국으로 옮기고 부품의 90%를 현지에서 조달하고 있다.

둘째는 현지기업과 긴밀히 제휴하는 전략이다. 세계 2위 에어컨 업체 다이킨은 중국업체 거리(格力)에 핵심 인버터 기술까지 제공하면서 신흥시장 제품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원재료 부품 공동구매와 금형 공동 제작 등으로 비용을 낮추는 것은 물론이다.

셋째는 일본 기업끼리의 협력이다. 도시바와 IHI는 공동출자로 새 회사를 설립,원자력 발전기기를 공동생산하기로 했다. 비용을 줄여 세계 원자력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샤프 파나소닉 후지쓰 NEC 4개사는 휴대전화 동영상이나 음악을 재생하는 소프트웨어를 공동개발 중이다.

공격경영도 단행하고 있다. 히타치제작소는 작년 3월 7837억엔이나 적자가 나자 당시 후루가와 사장보다 일곱살이나 많은 가와무라 사장을 선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출혈'이 수습된 다음에는 다시 나카니시 사장을 선임했다. 공격경영에는 대형 투자가 뒤따른다. 자동차 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은 인도 정부가 중국과 태국에서 타이어를 수입하는 것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자 재빨리 500억엔을 투자해 현지 공장을 건설했다. 히타치건기도 인도에 225억엔을 투자해 합작회사를 설립 중이다. 인도 시장 공략과 아프리카 · 중동시장 진출 거점으로 삼기 위해서다.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의 진검 승부는 이제 펼쳐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점검하고 '바로 지금' 필요한 시장 전략을 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