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Outlook] 원자재 독식하는 중국…시험대 오른 W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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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바커스 그린버그 트라우리그 파트너(전 WTO 상소기구 의장)
희귀금속 90%생산 中, 수출통제
자국 제조업체에 사실상 보조금
글로벌 천연자원 분배 왜곡
희귀금속 90%생산 中, 수출통제
자국 제조업체에 사실상 보조금
글로벌 천연자원 분배 왜곡
국제무역시스템이 전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가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면서 자원 보유국들이 주요 원자재 수출을 규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대부분의 다른 무역 관련 이슈들과 마찬가지로 이 새로운 갈등의 초점도 중국에 모아진다. 중국은 주요 교역 상대국들로부터 많은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귀금속 등 천연 원자재를 독식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바나듐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희귀금속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이들 천연자원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만 수출을 제한하려는 드는 게 아니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국면에 빠진 이후 천연자원 확보전이 가열돼 왔다. 전 세계적으로 무역규제가 급증하고 있으며,국제무역기구(WTO)의 규정과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수출 규제는 제한된 천연자원의 분배를 왜곡해 경제적인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이런 규제는 자국 생산업자들에게 투입 재료의 가격을 낮춰 보조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는다. 해외 생산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이로 인해 외국 업체들은 원자재 생산지와 가까운 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뿐만 아니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수출 제한은 수입 제한만큼이나 해롭다.
문제는 역사적으로 무역분쟁은 항상 수입장벽에 관한 것이었고,WTO에 기반한 무역 감독 시스템 역시 이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는 점이다. WTO 시스템이 점점 늘어나는 수출 규제와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는데 충분한지 따져봐야 한다.
이에 대한 첫 번째 테스트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멕시코가 중국을 상대로 WTO에 제기한 소송이 될 것이다. 이들 나라는 중국이 코크스와 보크사이트,형석(螢石),마그네슘 등 9개 주요 원자재에 대해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원자재는 철강과 알루미늄 및 화학제품을 만드는데 주요한 재료다. 중국은 전세계 코크스 생산의 60%를 차지하며,다른 원자재들의 주요 생산지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훨씬 더 힘든 테스트는 미국과 EU,일본 등이 중국의 점증하는 희귀광물 수출 제한을 문제삼아 WTO에 제소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희귀 자원 보존과 환경 보호라는 명분으로 테르븀,디스프로슘,네오디뮴,유로퓸,세륨,란타넘 등 희귀금속의 수출을 제한키로 하고 관련 규정 작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희귀광물은 전세계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소재다.
중국은 17개 희귀광물 생산의 93%를 차지한다. 희귀광물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이들은 비록 소량이 사용되긴 하지만 자석,레이저,컴퓨터모니터,광케이블,휴대폰,세라믹스,스테인리스 스틸 등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특히 희귀광물은 새로운 그린 테크놀로지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희귀광물의 자성(磁性)은 절전형 전구,풍력터빈에 중요하며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에도 필수적이다.
또한 이들 희귀광물은 군사적인 용도도 광범위하다. 미사일과 레이더,내비게이션,제트엔진,'스마트' 무기(유도 장치로 조종되거나 인공지능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는 무기),이 밖에도 다른 첨단 군사기기들이 모두 희귀광물을 필요로 한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수출관세나 세금,기타 다른 요금을 부과하는 것 이외에 수출량을 제한하는 모든 조치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WTO 회원국들은 현재 규정 하에서 수출 금지나 쿼터제 또는 기타 양적인 수출 제한 조치 외에 수출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데는 자유롭다.
그러나 WTO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중국은 WTO 가입조약서에 포함된 84개 품목을 제외하고는 모든 수출품에 대한 세금이나 기타 요금 부과를 없애기로 동의했다. 현재 소송이 걸려 있는 9개 원자재나 17개 희귀금속 중 어느 것 하나 WTO 가입조약서에 나열된 품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GATT는 △고갈 가능성 있는 천연자원의 보존과 관련이 있고(relating to the conservation of exhaustible natural resources) △(해당 조치들이) 국내 생산 또는 소비를 제한하는데 효과적으로 연계돼 있으며(such measures are made effective in conjuction with restriction on domestic production or consumption) △임의적이고 정당화될 수 없는 차별적 수단(arbitrary or unjustifiable discrimination)으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WTO 규정에 위배되는 조치들을 허용하고 있다. 중국은 원자재 소송에서 이를 자신들의 방어논리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만약 희귀광물 관련 소송이 제기된다면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법적 분쟁의 결과가 어떻든간에 WTO 회원국들은 법적 수단뿐 아니라 협상을 통해 무역 분쟁의 새로운 영역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글로벌화된 지구촌은 상호의존적이며 어느 한 나라도 모든 자원을 자급자족할 만큼 충분히 가질 수 없다. 무역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천연자원의 사재기를 금지하고 자유무역을 유지하기 위한 다자간 조치가 필요하다.
정리=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대부분의 다른 무역 관련 이슈들과 마찬가지로 이 새로운 갈등의 초점도 중국에 모아진다. 중국은 주요 교역 상대국들로부터 많은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귀금속 등 천연 원자재를 독식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바나듐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희귀금속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이들 천연자원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만 수출을 제한하려는 드는 게 아니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국면에 빠진 이후 천연자원 확보전이 가열돼 왔다. 전 세계적으로 무역규제가 급증하고 있으며,국제무역기구(WTO)의 규정과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수출 규제는 제한된 천연자원의 분배를 왜곡해 경제적인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이런 규제는 자국 생산업자들에게 투입 재료의 가격을 낮춰 보조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는다. 해외 생산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이로 인해 외국 업체들은 원자재 생산지와 가까운 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뿐만 아니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수출 제한은 수입 제한만큼이나 해롭다.
문제는 역사적으로 무역분쟁은 항상 수입장벽에 관한 것이었고,WTO에 기반한 무역 감독 시스템 역시 이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는 점이다. WTO 시스템이 점점 늘어나는 수출 규제와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는데 충분한지 따져봐야 한다.
이에 대한 첫 번째 테스트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멕시코가 중국을 상대로 WTO에 제기한 소송이 될 것이다. 이들 나라는 중국이 코크스와 보크사이트,형석(螢石),마그네슘 등 9개 주요 원자재에 대해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 원자재는 철강과 알루미늄 및 화학제품을 만드는데 주요한 재료다. 중국은 전세계 코크스 생산의 60%를 차지하며,다른 원자재들의 주요 생산지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훨씬 더 힘든 테스트는 미국과 EU,일본 등이 중국의 점증하는 희귀광물 수출 제한을 문제삼아 WTO에 제소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희귀 자원 보존과 환경 보호라는 명분으로 테르븀,디스프로슘,네오디뮴,유로퓸,세륨,란타넘 등 희귀금속의 수출을 제한키로 하고 관련 규정 작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희귀광물은 전세계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소재다.
중국은 17개 희귀광물 생산의 93%를 차지한다. 희귀광물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이들은 비록 소량이 사용되긴 하지만 자석,레이저,컴퓨터모니터,광케이블,휴대폰,세라믹스,스테인리스 스틸 등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특히 희귀광물은 새로운 그린 테크놀로지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희귀광물의 자성(磁性)은 절전형 전구,풍력터빈에 중요하며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에도 필수적이다.
또한 이들 희귀광물은 군사적인 용도도 광범위하다. 미사일과 레이더,내비게이션,제트엔진,'스마트' 무기(유도 장치로 조종되거나 인공지능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는 무기),이 밖에도 다른 첨단 군사기기들이 모두 희귀광물을 필요로 한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수출관세나 세금,기타 다른 요금을 부과하는 것 이외에 수출량을 제한하는 모든 조치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WTO 회원국들은 현재 규정 하에서 수출 금지나 쿼터제 또는 기타 양적인 수출 제한 조치 외에 수출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데는 자유롭다.
그러나 WTO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중국은 WTO 가입조약서에 포함된 84개 품목을 제외하고는 모든 수출품에 대한 세금이나 기타 요금 부과를 없애기로 동의했다. 현재 소송이 걸려 있는 9개 원자재나 17개 희귀금속 중 어느 것 하나 WTO 가입조약서에 나열된 품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GATT는 △고갈 가능성 있는 천연자원의 보존과 관련이 있고(relating to the conservation of exhaustible natural resources) △(해당 조치들이) 국내 생산 또는 소비를 제한하는데 효과적으로 연계돼 있으며(such measures are made effective in conjuction with restriction on domestic production or consumption) △임의적이고 정당화될 수 없는 차별적 수단(arbitrary or unjustifiable discrimination)으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WTO 규정에 위배되는 조치들을 허용하고 있다. 중국은 원자재 소송에서 이를 자신들의 방어논리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만약 희귀광물 관련 소송이 제기된다면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법적 분쟁의 결과가 어떻든간에 WTO 회원국들은 법적 수단뿐 아니라 협상을 통해 무역 분쟁의 새로운 영역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글로벌화된 지구촌은 상호의존적이며 어느 한 나라도 모든 자원을 자급자족할 만큼 충분히 가질 수 없다. 무역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천연자원의 사재기를 금지하고 자유무역을 유지하기 위한 다자간 조치가 필요하다.
정리=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