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 가 보면 소위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 불리는 의류 브랜드의 매장이 여럿 입점해 있다.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재빠르게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유통시키는 브랜드를 통칭하는 말인데,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 패스트 패션 의류는 빨리 만들어지는 만큼 질이 나쁘고 유행을 타서 한철만 입고 버려지기 일쑤이다. 따라서 역으로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질 좋은 옷을 오래 입자는 '슬로우 패션' 운동이 퍼지고 있기도 하다. 옷뿐만 아니라 음식점도 직장인의 점심시간을 줄이기 위한 패스트 푸드점이 성행하는가 하면 한편으로 정반대 컨셉의 고급 식당이 등장하기도 한다. 노동시장도 이와 같은 양극화 추세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됐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크게 줄지 않았으며, 다른 한편으로 대기업의 소위 '괜찮은 일자리'의 비중이 하락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노동시장에 신규 편입하는 대학 졸업생들의 체감 실업률은 실제 실업률에 비해 괴리가 크다.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가 전년동월대비 40만명이나 증가해 시장 예상을 초과했고 그동안의 경기부양정책이 고용으로까지 이어져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통계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용시장 상황이 크게 호전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선 취업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상당부분 지난해 고용시장이 나빴던 데 기인한 기저효과(base effect) 때문이며,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한편 실업자 수도 늘어 실업률은 전년 동월과 같은 3.8%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고용시장이 양극화되면서 질적으로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50대를 비롯하여 전 연령층의 취업자 수가 절대적으로 늘었지만 유독 20대의 취업자 수는 감소했다. 지난해 인턴으로 일했던 내가 아는 학생도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하며 청년층의 취업난은 더 심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근로형태별 취업자 변동 추이를 봐도 상용직 근로자는 증가했지만 자영업자와 일용직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바로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인 20대와 자영업자의 고용 상황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 것이다. 또한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등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전년동월대비 11만명이나 증가한 것을 보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많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앞으로 경기회복으로 주춤해지면 이와 같은 노동시장의 양극화 상황은 더욱 심화될 소지가 있다. 옷이야 한철 입고 버릴 수 있다고 하지만 인간의 노동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당장은 덜 효율적으로 보이더라도 신규채용과 정규직 전환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인재계발을 제도적으로 장려해 노동의 질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해법일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