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수익률이 달성됐으니, 돈 찾아가시죠."



"무슨 돈이요?"



"지난번에 맡기신 100억원이 목표수익률 10% 달성했습니다."


김성일 케이원투자자문 주식운용본부장(상무·사진)이 최근 지식경제부 산하기관 관계자와 나눈 대화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투자자문사 케이원은 이 기관이 맡긴 100억원의 목표수익률 10%을 37일만에 달성했다. 이후 이 기관이 케이원의 능력을 인정해 추가로 건넨 300억원도 목표인 7%를 40일만에 달성해 상환했다.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 미디어 <한경닷컴>은 케이원의 최고운용책임자(CIO)인 김성일 주식운용본부장을 만나 이같은 투자비결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성일 상무는 부산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동부증권 리서치센터, 서울자산운용 주식운용역, 동부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 흥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케이원 주식운용본부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핵심종목 5개에 집중투자"



"케이원은 지수와 무관하게 2년 이내 50% 이상 상승할 종목을 발굴해 투자합니다. 시장비중에 따라 업종에 자산을 배분하는 분산투자를 배제하고 보통 10개에서 20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중 핵심종목 5개에 집중투자하죠."



김 상무가 밝힌 케이원의 투자비밀은 바로 집중투자다. 투자자문사가 운용하는 일임형 랩어카운트 상품의 경우 주식편입비중을 0~100% 사이로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어, 성장성이 높은 종목에 집중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다.



일반 주식형펀드의 경우 자산의 60%이상을 주식관련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지만, 자문사의 일임형랩 상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대응하는 것이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자들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펀드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며 "펀드와 달리 우리는 비교대상 없이 원금 이상의 절대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펀드의 경우 보통 코스피나 코스피200지수 같은 벤치마크를 웃도는 수익률을 추구한다. 그러다보니 증시 하락기에 투자자들은 원금손실을 봐도 "벤치마크인 코스피가 하락했는데, 이보다는 손실률이 작았습니다"나 "선방했습니다" 같은 설명을 들었던 것이다.



펀드의 위험성은 알고 있으나,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얻기 위해 펀드에 가입했는데 원금마저 깎아먹고 있으니 투자자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손실을 보고 펀드에서 빠져나온 돈을 '앵그리 머니(angry money)'라고까지 부르는 것이다.



펀드에서 나온 앵그리머니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고,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자문사로 몰려들었다. 케이원의 지난 3월 말 기준 일임형 랩과 자문형 랩을 합친 계약고는 7645억원이다. 지난해 3월 계약고가 2088억원이었으니, 1년새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유치한 것이다.



김 상무는 "현재 계약고는 9000억원 수준"이라며 "앞으로는 은행과 연계한 자문형 랩 상품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원이 1년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7000억원이라는 거금을 모을 수 있던 데에는, 증권사와 연계한 자문형 랩 상품의 역할이 컸다. 케이원은 지난해 1월 삼성증권과 자문형 랩 상품을 출시했다. 자문형 랩은 자문사가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자문을 하고, 운용은 증권사의 랩 운용부가 맡아서 하는 상품이다. 이 역시 주식편입 비중이 0~100%로 자유로워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케이원은 삼성증권하고만 자문형 랩 상품에 대한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3월 411억원이던 자문형랩의 규모는 지난 3월 3395억원으로 3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다. 삼성증권이 밝힌 지난 7일 기준 '케이원 1호'의 잔고는 3200억원으로 자문형 랩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케이원 2호'와 케이원코어밸류'까지 합친 잔고는 4500억원에 이른다.



'케이원 1호'의 경우, 2009년 1월15일 설정일 이후부터 지난 7일까지의 누적수익률이 145.93%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인 39.3%를 100%포인트 넘게 웃돈 것이다.



김 상무는 "케이원 1호는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신규 자금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며 "높은 수익률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문형 랩 뿐만 아니라 일임형 랩으로도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LG화학·제일모직, 2년내 50% 성장할 종목"



케이원은 종목선정에 있어 영업이익 매출 자기자본이익률(ROE) 영업이익률 순이익 등 5가지 지표를 활용한다. 최소 3가지 지표가 5% 이상 증가하는 기업 20개 내외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한다는 것이다.



그는 “핵심종목 5개의 경우 전체 포트폴리오의 비중이 70~80%을 차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집중투자를 하는 만큼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시가총액도 중요한 선정 기준이다. 대형주의 경우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중·소형주는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매도나 매수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거래가 안 되는 종목은 보기에만 좋은 명품 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고파는 것이 자유로워야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가치보다 미래가치가 더 높아질 대형주에 투자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입니다.”



최근 케이원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종목이 바로 LG화학과 제일모직이다.



김 상무는 “반도체와 휴대폰, TV 등의 부분에서 한국기업들은 이미 세계 1등을 차지했다”며 “여기서 다시 고부가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IT(정보기술)소재 방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제일모직과 LG화학의 경우 국내 1,2위 기업인 삼성과 LG의 그룹차원 투자와 지원이 예상돼, 지금보다 큰 소재부품회사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그는 “이들은 앞으로 한국시장을 이끌어나갈 종목”이라며 “2년내 50% 성장을 자신한다”고 전했다.



LG화학과 제일모직의 지난 20일 기준 종가는 각각 26만5000원과 7만9800원이었다. 케이원의 종목선정 기준에 따르면 LG화학과 제일모직의 주가는 2년내 39만7500원, 11만9700원 이상 오를 것이란 얘기다.



◆"유동성 장세 끝나고 실적장세 올 것”



“지난해 시장은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였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이를 치유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자금을 풀었기 때문이죠. 올해와 내년의 화두는 정부의 재정 건전화가 될 것입니다. 그리스 사태에서 보듯이 지금은 국가 차원의 재정부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상무는 앞으로 1년5개월 내에 각국 정부가 재정 안정을 위해 시장에 풀었던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수 작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증시는 시장에 남아있는 자투리 유동성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기업들도 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몸을 가볍게 만들었다”며 “실적개선 없이 구조조정으로 버틴 기업들은 정부의 자금 회수 시기가 오면 이를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장이 끝나고 실적장이 오면 실적을 바탕으로 살아남은 기업들이 또다시 크게 움직일 것이라고 김 상무는 예상했다. 그는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힘들다”며 “주식시장은 1등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2,3년 뒤를 고려하면 여전히 지금 비싸게 보이는 종목들이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케이원은 앞으로 개인자금을 위주로 위탁을 받을 계획이다. 기관 자금은 뭉칫돈이 들어오지만 기관 정책에 따라 일시에 빠져나갈 위험이 있어 포트폴리오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목표수익률을 설정하고 들어오는 자금도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2년 이상 기다려줄 수 있는 자금들을 모아 최대 규모의 자문사가 아닌 최고 수익률을 내는 자문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