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발 국가 재정위기는 미국에 강건너 불이 아닙니다.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은 천문학적인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를 시급히 줄이지 않을 경우 그리스와 같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재정통인 상원의 저드 그레그 공화당 의원은 “정부가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정부 빚이 5년 후에는 두배,10년 후면 세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그는 특히 “약 7년 후면 미국이 그리스와 같은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리스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에 달합니다.이는 엄청난 전비를 쏟아부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과 비슷한 규모입니다.미국의 현재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은 약 50% 입니다.그레그 의원은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신뢰를 잃고,더 많은 이자 지급을 요구할 때가 바로 그리스와 같은 위기에 직면하는 시기”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원의 조 윌슨 공화당 의원은 “대문명 국가인 그리스에서 거리 시위가 벌어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그는 하지만 그리스의 과도한 복지혜택에 따른 부작용이 미국에 주는 교훈이라고 강조했습니다.“빚에 의존한 그리스와 같은 복지사회는 지속적이지 못하며 결국 붕괴되고 말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습니다.

하원의 마이크 스펜스 공화당 의원과 론 폴 공화당 의원은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그리스발 재정위기가 미국 등 전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스위스,영국,캐나다,일본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프로그램을 재가동한 것에 대해 비난했습니다.이들 의원은 “미국 국민들은 구제금융에 진절머리가 났다”면서 “그리스 부채를 외부의 빚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원의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원내대표도 “미국 정부가 부채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스테니 의원은 “스페인의 합스부르그가나 프랑스의 루이 16세 왕정,20세기 영국 제국도 부채 때문에 붕괴됐다”고 역사적인 사례까지 들었습니다.

물론 미국은 부채와 재정적자 비율이 낮아 그리스와 다르다는 시각도 있습니다.또 그리스는 유로화를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자체 통화의 환율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반면 미국은 다른 국가에서 부채 위기가 발생할 때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와 미 국채로 외국자금이 몰려 차입 비용이 낮아지는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령으로 초당적인 부채 및 재정적자 축소대책위원회를 가동시켰습니다.이 위원회는 오는 12월1일까지 부채 및 재정적자 축소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입니다.오바마 정부는 올해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재정적자를 임기말인 2013년까지 절반 이상 줄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문제는 구체적인 방법론입니다.세금을 인상해 재정 수입을 늘리고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게 해법이지만 그리 간단치가 않습니다.세금인상 문제의 경우 국민들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공약을 통해 연간 소득이 20만달러 이하인 개인(25만달러 이하인 가계)에게는 세금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중산층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지 않는다면 부유층에 대해 세금을 인상해야 하는데 이렇게 해도 저항이 예상됩니다.공화당은 세금 인상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오바마 정부는 의료보험 개혁법이 통과돼 장기적으로 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도 분석했습니다.그러나 65세 이상 노인용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지출을 줄이데는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습니다.이처럼 여·야간 정파적인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초당적인 대책위가 획기적인 부채 및 재정적자 축소안을 내놓기가 쉽지만 않아 보입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