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좀처럼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25일에도 순매도세를 유지하면서, 지난 14일부터 2조6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장중 1550선까지 붕괴되는 등 개인과 기관들의 매수로는 버티기 힘든 형국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의 은행 국유화 조치로 유럽의 재정위기가 재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융개혁안을 비롯해 천안함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까지 겹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40원을 돌파하면서 외국인들의 불안한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관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다만 밸류에이션(이익대비 주가수준)과 과매도 국면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모으면서 '반등'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외국인 마음 돌리긴 어려운 악재들

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대한 전망을 보수적으로 조정했다. 기존에는 상반기 지수상승세가 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같은 전망을 접은 것이다.

심 연구원은 "미국의 금융개혁안이 생각보다 강할 것으로 보이고, 유로 역시 금융규제안을 생각보다 빨리 내놓았지만 공조체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의 영향력에서 벋어날 수 없다"며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받아줄 매수주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엄태웅 부국증권 연구원 또한 "대외악재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만큼 당분간 대외 재료에 의한 민감한 장세가 예상된다"며 "공격적인 저가매수보다는 보수적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상에서 변동성이 높은 형세는 유지한다는 전망이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불확실성이란 측면에서 해외 이슈들을 바라보면 심화가 아닌 해소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내부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복잡하다"고 전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미중 경제전략회의(24~25일), 한미 외교회담(26일), 한중일 정상회담(29일)등 굵직한 이슈를 통한 변수들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천안함 격침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가 공식화되면서 환율과 CDS(신용부도스왑)가 상승하는 등 과거의 리스크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 그래도 반등이 온다면…

하지만 1600선이 붕괴된 후에는 저점 다지기 국면을 보인다는 전망도 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코스피 지수는 1600선 이하에서 기술적 반등이 가미된 형태로 저점 다지기 국면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매도 강도가 다소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매도가 집중됐고 한국관련 해외 뮤추얼펀드에서도 자금이탈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보수적으로 입장을 바꾼 심 연구원은 "미국 금융개혁안의 추진 강도와 미국금융주의 움직임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부분이 해소되면 기존 매수의견으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임동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매력을 저렴한 가격과 과매도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밸류에이션의 기준도 다시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떨어지는 칼날을 잡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