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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 성장의 활력이자 바로미터다. 소액 자금이 부족해 안타깝게 쓰러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없도록 전력을 다해 지원하겠다. " "기술력을 갖춘 강한 중소기업 1000개를 집중 육성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 펀드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 "직속으로 '강소(强小)기업 지원본부'를 설치해 도정혁신을 이루겠다. "….

6 · 2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역 중소기업 육성,일자리 공약이 선거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상당 수 후보들이 고급인력 확보 등 중소기업 경영지원을 강화해 중소기업을 통한 고용유발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과연 지역 중소기업인들의 표심을 어떤 후보가 사로잡게 될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6 · 2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복수공천에 따른 표 분산,소지역주의,낮은 관심 등 3중고에 시달리면서 선거운동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정작 지역 중소기업인들의 속앓이는 더 크다.

중소기업인들은 말로만 '기업하기 좋은 도시' '일자리 창출'을 외치지 말고 지역 중소기업을 위해 시 · 도가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지원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하나같이 "도지사 · 시장 후보들이 새로 입성하기만 하면 눈과 귀가 닫히고,강조했던 공약이 반영되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며 "이제는 정치 색깔을 버리고,진정한 의미의 열린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중기인들은 후보들에게 말보다는 행동에 앞서는 '발로 뛰는' 조타수가 돼 달라고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100가지의 공약보다는 한 가지라도 제대로 실천해 달라는 이야기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판로확보의 어려움'이다. 실제로 상품을 잘 만들어 놓고도 팔리지 않아 속병을 앓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중소기업들이 가장 원하고 있는 것은 생산 제품을 관내 기관이 사용해 줬으면 하는 것이다.

수도권 공단 밀집 지역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K대표는 "지역에서 수년째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시로부터 받은 혜택은 극미한 수준"이라며 "다른 시 · 도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품인데도 회사가 위치한 시가 써주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역 중소기업 제품을 시가 먼저 사용하는 것이 도리이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지자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중소업체들은 '익명'을 전제로 불평을 털어놓기도 한다. 한 업체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개발한 제품들이 지자체 주도 사업이 교착에 빠지면서 창고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기술력이 인정을 받아 조금씩 판로가 열리고 있지만 해당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어 언제 물량이 끊어질지 모르는 상태다.

기술이 좋아도 신제품의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해당 지자체가 안정된 판로를 열어주는 별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중소기업으로서는 상품화 이후의 판로 개척에서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산업의 전 과정을 담당하고 제조 및 서비스현장 곳곳을 자신들의 땀방울로 적시면서도 정작 과실을 따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게 현실이다.

이들의 바람은 간단하다. "실력만큼 인정받자는 것",기업생존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는 자체 기술개발이지만,중소기업이 넘어야 할 산은 대기업보다 훨씬 높다. 기술의 상용화라는 거대한 장벽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멍이 들 대로 들어버린 중소업체들은 세제 혜택,우량 중소기업 지원 등 정부,지자체가 해결책을 마련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방향에 따라 생사가 엇갈리는 중소업체로서는 적극적으로 나서 요구를 하기는커녕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지역 중소기업 대표는 "공약만 남발하고 앉아서 탁상공론을 펼치는 정치인보다는 직접 발로 뛰는 지도자를 시민들과 중소기업은 원하고 있다"며 "이제는 시민 · 중소기업들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현장 · 밀착 시정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