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상반기 내내 지속됐던 집값하락과 분양시장 침체,전세난 등의 먹구름이 좀 걷힐까. 전문가들의 전망은 썩 밝지 않다. 집값의 바닥권 탈출과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반기보다는 다소 나아지겠지만,상승세 반전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예측이 대부분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유럽발 재정위기,공급과잉,수요감소,금리인상 우려,입주물량 증가,미분양 지속 등 부동산시장 악재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데 반해,눈에 띄는 호재는 없어서 부동산시장의 먹구름이 걷히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주택 매매시장 약세 지속

하반기 주택시장은 실물경기 회복과 집값 바닥 탈출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상반기보다는 다소 침체기조가 풀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집값도 전반적인 약세가 지속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인 유망지역과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고,나머지는 매수기반이 취약해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상반기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바닥심리'가 작용,매수세가 붙으면서 가격도 소폭이지만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강남권의 경우 상반기에 총부채상환비율(DTI) 여파로 집값은 크게 떨어졌지만,전셋값은 올라 집값과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강북권과 신도시 등은 분양가가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새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전세시장은 안정세가 예상된다. 최근 2~3년간 상승폭이 컸던 데다 시프트(장기전세주택)와 보금자리주택 등 소형 · 임대 아파트 공급 확대,파주 · 고양 · 용인 등 수도권 택지지구 입주물량 급증 등으로 전세물량 부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분양시장도 여전히 흐림

신규 분양시장도 햇볕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보금자리주택이 공급에 따른 실수요 감소,집값 하락과 미분양 적체 여파로 인한 투자수요 감소,수도권 공급과잉 등 악재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청약률 쏠림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입지 ·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단지에만 수요가 몰리고,나머지 단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전세수요가 풍부한 소형 아파트는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수익을 거두기도 쉽고,거래도 잘되는 게 이유다. 지역별로는 수원 광교,인천 송도 신도시와 남양주 별내지구 등이 관심대상이다. 서울에서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강북권 뉴타운 등 재개발구역 등이 예비 청약자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토지시장 찬바람도 지속될 듯

토지시장의 냉기도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확보에 대한 규제가 여전한 데다 가격 상승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다만 인천 강화,충남 당진,전북 군산 등 대규모 국책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곳이나 보금자리주택이 건설되는 주변지역 등은 국지적 상승이 예상된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지구 주변 그린벨트는장기적으로 묶여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해서는 안 된다.

또 작년 1월부터 실제 거주하지 않고 있는 비사업용 토지는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 주는 혜택이 올 연말에 끝난다. 따라서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는 비인기 지역의 토지는 연말부터 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이 빨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수익형 부동산시장은 온기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될 때는 투자자들이 눈길이 수익형 부동산에 쏠리게 된다. 주택 투자에 따른 시세차익을 얻기 힘든 탓이다. 따라서 시세차익보다는 안정적으로 월세가 나오는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도심 원룸주택),고시원,상가 등에 발길을 돌린다. 이들 중에서도 도시형 생활주택과 소형 오피스텔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1~2인 가구 증가와 보금자리주택을 얻기 위해 대기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임시주거로 기능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피스텔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말 준주택으로 분류해 바닥난방 허용 규모를 전용 85㎡까지 확대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는 바람에 투자상품으로 가치가 한결 높아졌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