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아프가니스탄의 왕이 후계자 두 명에게만 전수하는 비법이 있다. 사람을 아홉 가지 성격으로 분류한 것으로 이를 통달하면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연구소가 미국에만 5000개 넘게 있다는 에니어그램(enneagram) 얘기다. 사람 마음속을 아는 것은 이렇게 오래된 인간의 숙원이다.

비즈니스가 요즘 세상의 중심이 되면서 이 숙원은 더욱 체계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웬만한 회사는 '고객의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연구하는 부서를 따로 두고 있을 정도다. 영국의 보다폰(Vodafone)이 휴대폰 '심플리(Simply)'를 히트시킨 데는 버튼과 글자가 너무 작아 불편해하던 중장년들의 마음을 읽은 조사 결과가 큰 역할을 했다.

사실 뛰어난 경영자들은 고객들의 성격이나 욕망을 꿰뚫어보는 직관력이 있다. 문제는 스스로의 직관으로 성공 경험을 많이 쌓지 못한 경영자들이다. 자신이 보는 '큰 흐름'이 정확한 것인지,고객 파악이 맞는 것인지 좀체 확신하지 못한다.
[권영설의 Hi! CEO] '스눕'을 아세요?…당신의 직관을 믿어라

여러 가지 보완장치를 갖춰야겠지만 자신의 직관력에 확신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의 연구 결과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텍사스대의 심리학 교수인 샘 고슬링은 '스눕(Snoop)'이라는 책에서 생활하는 장소나 소지품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격을 알아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 동양적인 예술품을 수집하는 사람은 개방적이고 호기심이 많다. 반면 영화나 공연 포스터를 걸어놓는 사람은 보수적이면서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다. 현대판 에니어그램이라 할 만한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직관력을 단련하면 '고객 알기'는 즐거운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