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나! 치나!"

탄자니아 수도 다르에스살람의 카리아쿠 마켓.호객꾼들은 기자를 보고 '중국인'을 뜻하는 치나를 끊임없이 외쳐댔다. "노,코리안"이라고 하면 씩 웃으며 "지숭 팍(박지성)!"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경우도 있었지만,대부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치나!"라고 외쳤다. 이들에겐 '아시아=중국'이란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

이달 초 다르에스살람에서 열린 '아프리카 세계경제포럼(WEF on Africa 2010)'의 프레스 룸.케냐 나이로비에서 온 '차이나 라디오 인터내셔널(CRI)' 소속 기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중국 세션'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이번 포럼에서 특정 국가에 관한 세션은 중국이 유일했다.

중국이 아프리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도로 등 인프라 건설은 물론 광산과 광구 등 천연자원 개발까지 영향력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중국에 '오염'된 아프리카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 상권은 중국인이 장악하고 있다. 판매제품의 90%가 중국산이다. 국제회의장,축구장,실내체육관 등 랜드마크 건물 모두 중국이 지어준 것이다. 주(駐)카메룬 한국대사관의 이수원 1등서기관은 "최근에는 상수도와 광섬유통신망,병원까지 건립해주고 있다"며 "이런 대가로 중국인들은 카메룬에서 2년 동안 별도의 체류허가 없이도 사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콩고의 브라자빌 공항 신축공사,짐바브웨 하라레의 공항도로 확장,DR콩코 킨샤사의 중앙도로,앙골라 루안다 남부 도로변에도 중국산 굴착기가 먼지를 내고 있다. 유중식 한일건설 앙골라 현장소장은 "중국 업체들이 도로 공사를 위해 중국에서 공수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인들은 이런 상황을 빗대 '차이나프리카(China+Africa)'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식민지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10년 전만 해도 '프랑사프리크(Francafrique · 프랑스와 아프리카의 프랑스어식 합성어)'라는 말이 쓰였던 것을 떠올리면,중국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2000년 100억달러였던 중국과 아프리카 교역 규모는 지난해 1070억달러로 늘어났다. 직접투자액도 2003년 5억달러에서 지난해 100억달러 선으로 급증하고 있다.

◆반중(反中) 기류도 강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 대한 반감과 경계감이 아프리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앙골라 수도 루안다에서 만난 국영기업 소낭골의 생산부문 책임자 핀투 베르나르두씨는 "중국인들이 건물을 지어줄 때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일용잡부들까지 몽땅 데려오기 때문에 앙골라인을 많이 고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공사가 끝나면 그 인부들은 당초 약속과 달리 이곳 앙골라에 자리를 잡고 식당이든 무역이든 사업을 시작해 상권까지 장악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나 아크라 공항에서 만난 콰메 안추이씨(40)는 "아프리카인들은 중국의 힘과 능력을 인정하지만,유럽에 이어 우리를 식민지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걱정했다.

짐바브웨의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국은 1달러를 투자해놓고 10달러를 빼먹는다"고 꼬집었다. 중국 사업가들은 대부분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데만 주력하고,제조업 투자로 현지 고용을 창출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선 요즘 '차이나 폴루션(China Pollution)'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중국 독주에 대한 우려와 부작용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인 범죄자가 밀입국해 국제사회에서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국,개발노하우 전수로 뚫는다

반중 기류는 한국에는 아프리카 진출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DR콩고 재건부의 아미도스 세레 인프라조정국장은 "중국의 국영기업은 너무 정치적이며 지속적인 기술 지원이 없다"며 "한국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나라"라고 말했다.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중국처럼 아프리카에 위협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국의 이미지도 중국과는 천양지차다. 일반 국민에게는 삼성과 LG가 만드는 정보기술(IT) 제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뿌리내렸으며,정치지도자들에게는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이 국가 재건의 성공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이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밑바탕에는 한국의 경제발전 노하우를 전수받으려는 욕구가 깔려 있다. 아프리카와 마찬가지로 식민지와 내전을 겪은 한국이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30여년 만에 선진국으로 도약한 점이 지도자들에게 '기적'과 '영감'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 덕분에 한국의 '경제발전경험 공유 사업(KSP · Knowledge Sharing Project)'은 아프리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사업은 문자 그대로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과 저개발 국가에 전수해 그들의 빠른 성장을 돕는 것이다. 정부는 2004년부터 개도국에 전수하고 있는 KSP를 아프리카 지역에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가나 모잠비크 알제리 리비아 등에서 실시한 KSP를 앞으로 DR콩고 탄자니아 카메룬 적도기니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르에스살람(탄자니아) · 루안다(앙골라) · 야운데(카메룬)=이상은/장진모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