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돌린 국내자금 해외서 돈세탁…골프장·선박 사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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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밝힌 역외탈루 수법
국세청이 25일 발표한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는 극히 일부 기업에 한정된 것이지만 탈세수법이 치밀하고 규모도 커 충격적이다. 국세청은 적발 업체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탈세 규모로 볼 때 대기업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능화되는 역외탈세
적발된 업체는 탈세를 위해 치밀하고 교묘한 수법을 총동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6개월 동안 강도 높은 세무조사로 겨우 혐의를 밝혀낼 수 있었다"며 "탈세 백화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역외에 설립한 현지법인과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매출단가를 조작하거나 용역대가를 허위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스위스 등 해외 금융계좌에 숨겨뒀다. 그는 은닉한 자금을 5~7단계의 세탁 과정을 거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말레이시아 라부안 등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선박 골프장 부동산 주식 등 국내외 실물자산과 금융상품 등에 재투자했다.
해외 은닉자금을 은폐하기 위해 자금운용 주체를 가족 명의의 신탁회사 '패밀리 트러스트'로 바꾸고 조세피난처에 있는 신탁회사에 자산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세금 없는 상속'을 시도했다. A씨는 종합소득세 등 관련 세금 2137억원을 추징당했다.
◆해외 고급주택 구입도
제조업체 B사는 해외 현지법인과 관계사가 역외 특수목적회사(SPC)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기업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그 자금을 다시 미국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신탁계좌에 송금해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해외 고급주택을 구입하고 사주와 그 가족들이 사적으로 사용했다. 국세청은 사주의 법인자금 유용금액 40억원을 찾아내 세금을 부과했다.
C사는 해외 현지법인을 거쳐 역외 SPC에 빌려준 거액의 자금을 제3국 실물자산에 투자한 후 부당하게 손실 처리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하고 다른 역외 SPC 명의로 실물자산을 은닉 관리해오다가 적발됐다. 국세청은 부당하게 손실처리한 303억원을 찾아내 과세했다.
금융업체인 D사는 몰래 유출한 자금을 역외에서 무분별하게 유용하거나 사주가 사적으로 사용한 비용 등을 기업의 정상적인 투자손실로 처리하기 위해 관계자들로 하여금 대규모 자금을 조성토록 했다.
D사는 이어 미국에 설립한 펀드에 투자하는 것처럼 위장해 정상적인 투자손실로 부당하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했다.
서비스 · 투자자문회사의 사주인 E씨는 국내 비거주자로 위장한 뒤 조세피난처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거액의 해외주식 양도차익을 해외에 은닉했다.
◆국세청,역외탈세와의 전쟁 선포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전담반(TF) 형태로 운영해 오던 '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를 상설조직으로 바꿔 역외탈세 기업에 대한 조사를 강화키로 했다. 또 역외 탈세 기업들에 대한 정보수집을 위해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와 '해외 정보수집 요원 파견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책도 적극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역외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는 조세피난처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미 사모아 쿡아일랜드 바하마 버뮤다 건지 마셜제도 등 6개국과 조세정보교환협정(TIEAs)에 가서명한 데 이어 홍콩 파나마 케이맨제도 리히텐슈타인 지브롤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과도 협정을 맺을 계획이다. '금융비밀주의'의 대명사격인 스위스와는 현재 체결돼 있는 조세조약에 금융정보 교환규정을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