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수주 가뭄 '조선 빅3'…차입금 6조 넘어
2008년 말까지만 해도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해온 국내 대형 조선회사들의 빚(총차입금)이 크게 불어나 회사별로 최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조선 시황이 다소 회복세에 접어들긴 했지만,지난 2년간 지속된 선박 수주 가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탓이다.

◆대형 조선사 차입금 급증

25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그동안 '달러박스'로 불렸던 조선 3사의 총차입금(3월 말 기준)은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말보다 수십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총차입금은 단기차입 장기차입 유동성장기부채 회사채 등을 합한 것으로,기업이 외부로부터 조달한 자금 총액을 뜻한다.

2008년 말 33억원에 불과했던 현대중공업의 차입금은 작년 말 8895억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 1분기 1조294억원으로 불어났다. 삼성중공업 역시 1581억원이던 차입금은 작년 말 2조7779억원으로 증가했으며,올 들어선 3조1673억원으로 늘었다. 2982억원이던 대우조선해양의 차입금 규모도 올 들어 2조3807억원으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엔 업체들마다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권에서 직접 장 · 단기 차입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선주들의 자금 사정 악화로 대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매출채권도 덩달아 쌓이고 있다. 2008년 말 4조5954억원이던 현대중공업의 매출채권은 올 1분기 5조3312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의 매출채권 역시 배 가까이 증가한 3조8140억원으로 불어났다. 대우조선도 1조원 이상 늘어난 4조6506억원의 매출채권을 갖고 있다.

반면 회사마다 2조~3조원에 달하던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반토막이 났다. 각 대형 조선사들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1조원을 밑돌고 있는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금융상품을 대거 매각하고 은행권 차입을 늘려 그나마 최소한의 현금성 자산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조선회사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은 신규 수주가 줄면서 선수금 유입이 모자란 탓이다. 선박 인도 연기 및 취소로 인해 기존에 수주한 선박 건조대금 유입마저 늦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나 후판 대금 등 기존 운영자금 규모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봄이 왔다곤 하지만…

조선업계에선 요즘 시황 회복을 뜻하는 '봄' 논쟁이 일고 있다. 오랜 수주 가뭄으로 재무구조는 다소 악화됐지만 조선 시황이 바닥을 치고 완연한 회복세에 진입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 이후 끊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발주가 이달부터 재개되고 유조선,벌크선 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영국 조선 · 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세계 조선업계가 수주한 물량은 총 54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작년 연간 수주량인 787만CGT의 70%에 달한다.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상승 추세로 전환,140선을 넘어섰다.

수주량 증가 및 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아직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점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남유럽발 경제 위기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다 미국,유럽,중동 등의 주요 선주들이 예전처럼 대대적인 발주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선사들의 선박 건조 계약 취소 및 인도 연기 요청 가능성이 아직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업계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회자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