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조세피난처 등으로 자금을 빼돌리거나 해외에서 번 소득을 누락시킨 혐의가 있는 4개 기업과 그 사주에 대해 탈루 소득 6224억원을 적발하고 세금 3392억원을 부과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관련자들은 역외 현지법인과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매출 단가를 조작하거나 가공의 용역비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해외금융계좌에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은닉자금을 조세피난처에 있는 신탁회사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우회 상속을 시도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번 조사결과는 역외 탈세가 지능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확인시켜 준 것에 다름아니다. 역외 탈세는 성실한 납세자들에게 상대적인 발탁감을 주는 것은 물론 국부유출로 이어져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발본색원(拔本塞源)이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탈루수단이 워낙 교묘한데다 해외금융계좌나 자산을 파악할 수 있는 법령과 제도가 완비되지 않아 적발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돼온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작년 4월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역외탈세 근절 합의를 토대로 국세청이 역외탈세추적 전담센터를 발족하고 국제거래 세원통합분석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이만한 성과가 나온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따라서 계좌 추적의 한계로 인해 조사가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라는 인식부터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국세청은 끝까지 탈세를 추적해 엄격히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탈세의 유혹 자체를 차단하기 위한 과세 인프라 보강과 조세피난처와의 조세정보 교류 강화가 시급하다. '해외예금계좌 신고제'도 미국처럼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로 제한하면 유학생을 둔 부모에게는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만큼 적극 추진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