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재정위기 확산에 더해 북한 리스크가 급부상하면서 25일 원 · 달러 환율이 장중 1277원까지 치솟았다. 정부의 개입으로 상승폭이 다소 줄었으나 외국인 자금 회수로 외화유동성 경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도 이날 44포인트(2.75%)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거렸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5원50전 오른 125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8월19일(1255원80전) 이후 최고치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지난해 3월30일(43원50전) 이후 최대다. 열흘 만에 120원가량 뛰었다.

외환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스와프포인트(1개월물)가 한때 -4원을 기록했다. 스와프포인트란 선물 환율과 현물 환율 간 차이를 말한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현물 환율이 1개월 선물 환율보다 높게 형성됐다는 의미로 시장에서 달러 구하기가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 외환 딜러는 "이탈리아 은행 등 유럽계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대출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달러 수급이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초기 단계 위기 징후가 국내 시장에 나타난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돌았다.

이날 환율 급락을 촉발한 것은 유럽이었다. 스페인 중앙은행이 최대 저축은행인 카하수르를 국유화한 데 이어 4개 저축은행 합병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글로벌 투자심리가 악화돼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가 쏟아졌다. 개장 초 11원 오른 원 · 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타면서 오전 10시16분께 1250원을 넘어섰다.

10시39분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투태세 돌입을 명령했다는 뉴스가 떴다. 한반도에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환율은 10시46분께 1260원,10시49분께 1270원을 돌파했다.

이에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당국자들은 "환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당국은 환율의 쏠림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환율은 다시 1260원 아래로 내려갔지만,오후 들어 재차 1277원까지 치솟았다. 외환당국은 추가로 개입했고,장 마감 무렵 또다시 개입을 단행해 환율 상승폭을 줄였다. 이날 외환당국의 매도개입 규모는 30억달러 안팎인 것으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추정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은 "그간 달러를 팔았다가 손실을 본 역외세력이 대거 손절매에 나서는 바람에 환율 상승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박준동/이상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