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색 바다위에 뜬 '즐거운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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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월드리조트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 사는 은행원 안미정씨(32)는 회갑을 맞은 시어머니를 위해 특별한 여행을 준비했다. 남편과 세 살 난 아이,시부모님과 함께하는 해외여행이다. 안씨는 어린 아들과 60대 부모님,그리고 30대 부부가 동시에 만족할 만한 여행지로 사이판 서쪽바다에 위치한 월드리조트를 선택했다.
비행시간 4시간으로 가까운 데다 온화하면서도 무덥지 않은 날씨,어린 아이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만큼 잔잔한 바다,그리고 젊은 부부를 위한 다양한 수상스포츠 등 3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란 얘기가 마음에 들어서다. 또한 최근 한화가 인수해 서비스를 크게 향상시켰다는 점도 고려했다.
■짜릿한 물놀이와 환상적인 음식
사이판공항에서 월드리조트까지 버스로 10분 만에 닿았다. 객실에 들어간 안씨 가족은 짤막한 탄성을 질렀다. 끝없이 푸른 바다가 산호의 숨소리처럼 고요하게 안씨 일행을 맞이한 것이다. 사이판월드리조트 256개 모든 객실에서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숙소와 바로 연결된 해변을 거닐면 산호가루 모래로 발바닥 감촉이 상쾌하다. 바다는 호수처럼 고요하고 투명한 물을 가르며 아무리 멀리 나가도 허리 정도 깊이라 아이들이 놀기 딱이다.
웨이브정글은 월드리조트에서 가장 짜릿하다. 파도풀,튜브슬라이드,바디슬라이드 등 9가지 물놀이 시설을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시부모와 아이는 튜브를 타고 유수풀에 몸을 띄우고 파란 하늘과 야자수 잎을 한가롭게 감상한다. 안씨 부부는 '블랙홀'에 몸을 싣는다. 슬라이드 속으로 빨려들어가면 나올 때까지 아무것도 안 보여 두배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블랙홀은 비행으로 쌓인 안씨 부부의 피로감을 싹 날려버린다. 9가지 물놀이를 서너 바퀴 도니 어느 새 해가 뉘엿 뉘엿 진다.
월드리조트에서 7개의 레스토랑을 두루 다니며 음식맛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타포차우'에선 두바이 호텔 버즈알아랍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셰프가 퓨전 양식 코스를 내놓는다. 어지간히 까다로운 미식가의 입맛도 만족시킬 만하다. 해변에서 원주민 춤을 감상하며 바비큐를 즐기는 '선셋가든'에서의 식사는 흥이 있어 좋다. '월드뷔페'는 음식맛도 좋지만 경관이 압권이다. 옥색 바다를 한눈에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한식당 '명가'의 음식맛은 부모님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서울의 잘한다는 한식집 수준이다. 로비라운지에선 저녁마다 휘트니 휴스턴 수준의 가창력을 지닌 가수 레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알뜰살뜰 섬관광
물놀이에 지친 저녁엔 마사지가 최고다. 안씨는 정통 인도식 마사지숍 '라메르'에서,좀 더 강한 지압을 원한 남편은 '타이마사지숍'에서 피로를 풀었다. 몸에 기름을 바르고 손으로 문질러주는 인도마사지는 기분까지 상쾌하게 바꿔준다. 그 밖에 테니스,탁구,포켓볼 등의 다양한 게임은 물론 호텔급의 헬스와 사우나 시설인 '스파니스'가 이곳의 자랑이다.
월드리조트에서 20분만 가면 사이판의 진주 마나가하섬에 닿는다. 눈처럼 흰 모래밭과 코발트 빛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푸르게 물들 것 같다.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열대어를 감상하고 바나나보트를 타면서 바람을 가르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바다가 깊지 않은 데다 깨끗해 아이와 부모님도 걱정없이 수상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다. 새 섬도 인상적인 관광코스다. 잔잔한 서쪽바다와 달리 성난 파도 속에 솟아 있는 새 섬은 신비롭다. 매주 목요일이면 사이판의 번화가 가라판에 야시장이 들어선다. 사이판 기념품과 특산물은 물론 한국 일본 태국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음식을 파는 거리식당이 들어서 작은 아시아가 된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다.
안씨 가족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선셋크루즈'.요트를 타고 월드리조트 앞바다 한 가운데로 나가 석양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기분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저녁을 먹으며 맥주를 한잔 하는 동안 사이판 최고의 가수 '제리'가 기타를 들고 등장한다. 능숙한 한국어로 좌중을 휘어잡은 그는 우리 귀에 친숙한 팝송을 줄줄이 부른다.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모든 승객이 일어나 함께 춤을 추게 된다.
사이판=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 여행 TIP
사이판은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북마리아나제도의 본섬이다. 사이판,티니안,로타 등 세 섬에만 사람이 산다. 연평균 섭씨 26도로 기온변화가 거의 없다. 공용어는 영어. 미국 달러화를 쓴다.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유효한 여권과 출국 비행기표를 소지하고 있으면 미국 비자가 없어도 30일간 여행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사이판,부산~사이판 노선을 각각 주 11회와 주 4회 운항한다.
사이판 월드리조트는 한화호텔&리조트가 인수해 운영 중이다.
사이판 최대 번화가인 가라판에서 남쪽으로 10분 거리에 있다. 공항에서도 가까워 인근 티니안이나 로타 섬에 가기 편하다. 2~3㎞의 산호초가 천연 방파제 구실을 해 아이들과 함께 바다를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사이판 월드리조트는 휴양 패키지를 내놓았다. 슈페리어룸 또는 딜럭스룸(3박/4박)과 무료 웨이브정글 이용,전 일정 호텔식사,선셋 바비큐 1회가 포함돼 있다. 항공료를 제외하고 1인당 728~1132달러(약 86만~134만원).사이판 월드리조트 (02)729-5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