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어지간히 정치에 관심이 있지 않으면 광역단체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빼고는 누구를 찍어야 할지,알기 어려운 복잡한 선거다.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겠다고 책자를 살펴봐도 요령부득이기는 마찬가지다.

선거 책자를 보면 묘한 추세가 보인다. 선거구호나 슬로건으로 '경영 마인드' '비즈니스 마인드'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최근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정치인의 길에 들어서면서 경영 관련 단어를 쓰는 건 온당하지 않다. 정치와는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경영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이해관계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다. 이에 비해 경영이란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100개의 프로젝트 가운데 될성부른 몇 개를 골라 자본을 집중적으로 투여해 최대의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연히 피해를 보는 사람,괴로운 사람이 더 생기고 중장기적인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동지'가 아니라 '적'을 양산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정치와는 목표나 과정,결과가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정치인들도 정치를 경영과는 차원이 다른 '고도의 활동'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경영의 의미를 사례로 설명해보겠다. 보좌관 출신 정치인에게서 들은 예화다.

한 지역구에 기업인 출신 국회의원 A씨가 있었다. 나중에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른 당 국회의원 B씨가 지역구를 옮겨왔다. 그 지역구에는 오랜 민원이 있었는데 미군 헬기가 자주 지나다녀 일상생활에 큰 방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A의원은 이 문제를 경영적인 방법론으로 풀려고 노력했다. 미군과 국방부 등을 돌며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한미행정협정 등 걸림돌이 많아 그 민원이 지역구 차원에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새로 지역구를 옮겨온 B씨의 보좌관이 볼 때는 이건 경영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지역주민들을 끌어모아 구청과 미군부대를 돌았다. 붉은 띠를 머리에 매고 시위를 했다. "헬기 운항을 중단하라, 중단하라!" 그 복잡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함께 뙤약볕 아래 앉아 있던 지역구민들이 B씨 보좌관의 손을 잡았다. "안될 줄 알면서도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 노력해 주다니.진짜 정치 할 줄 아는 사람이네.당신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도와주겠소!"

될 수 있는 데까지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하는 것이 경영이라면,안 되는 것도 국민이 원한다면 해보는 것이 정치라고 그 보좌관은 말했다. 후일담이지만 민원인들이 '세게' 나오자 미군 측은 헬기 운항 루트를 바꿨다고 한다. 경영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정치의 승리가 아닌가! 그러니 이왕 정치인의 길로 나섰다면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승부하겠다는 다짐을 지금부터 해야 옳다.

선거를 통해 차선의 리더라도 반드시 뽑아 그들이 하는 일을 철저히 모니터하겠다는 각오를 유권자들이 해야 민주주의는 이번 선거를 통해 한 계단이라도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선량(善良)을 꿈꾸는 사람도 결국 답은 사람에게 있다는 정치의 영원한 진리를 되새기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빈다. '북풍' '노풍'의 결과로 몇 년씩 일을 맡기기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우리 삶도 너무 고단해지고 있는 현실이어서 하는 얘기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