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이 주는 '감동'
올해는 '한국 방문의 해'다. 한국 정부는 2012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유치,관광경쟁력 세계 20위권 내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고 한다. 그 숫자가 서울 전체 인구에 맞먹을 정도니 만만히 볼 규모는 아니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수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한 사람,한 사람의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이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 이상이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다고 한다. 물론 한국은 흥미롭고 다양한 쇼핑센터와 세련된 제품을 갖추고 있어 홍콩이나 두바이처럼 쇼핑으로 특화된 관광지가 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근의 다른 나라와 차별화하고 선진형 국가브랜드를 만들려면 '쇼핑을 위한 관광지' 못지않게 한국만의 '감동'을 줄 수 있는 관광지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자연과 문화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

몇 년 전 필자가 서울에 출장을 왔을 때 받은 인상은 홍콩이나 도쿄처럼 높은 빌딩숲과 쇼핑센터들이 즐비한 대도시라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 서울에서 생활하는 동안 몇몇 명소들을 방문하면서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해 눈뜨게 됐다. 서울에는 초고층 빌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문화유산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변하는 도시의 한 가운데 반만년의 역사가 함께 흐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촌 한옥마을은 매우 인상이 깊다. 뿐만 아니라 인사동과 이태원의 박물관과 갤러리,다양한 전통 음식점 등 도시 곳곳에 명소들이 숨어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남산을 오를 때마다 변화하는 듯한 서울의 풍경 또한 놀랍기 그지없다. 외국인 친구들이나 한국인 동료들이 추천해 준 아직 가보지 못한 서울 외곽의 아름다운 명소들도 기대가 된다.

이렇듯 관광지로서의 서울,그리고 한국은 단지 쇼핑하기 좋은 곳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하철 노선은 이해하기 쉽고 이용이 편리하다. 지하철 만큼 쉽지는 않지만 서울의 버스 노선 또한 한번 익숙해지면 굉장히 편리하다. 택시도 비용이 저렴하고 깔끔하다. 다만 한국어와 영어가 같이 표기된 지도가 더 많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영어로 된 지도를 보여주면서 가리키면 택시 기사가 이해하지 못하고,필자 또한 택시기사가 보여주는 한국어 지도를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한국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점점 더 개방적으로 변해왔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게 될 것이다. 관광산업은 일자리 창출이나 외화유입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통해 세계인들은 한국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한국인들 또한 다른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뿐 아니라 인종 간의 문화적 다양성과 평화적 공존에도 기여한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존 와일리 ING생명 대표이사 사장 / John.Wylie@mail.inglif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