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은 1990년대 이후 만성적인 공급 과잉 양상이 빚어져 왔다. 중국 인도 등 신흥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예상해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생산설비를 늘렸지만 예상만큼 수요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의 연간 생산능력은 9500만대 수준.하지만 수요는 이보다 3000만대가량 모자라는 6500만대로 추정된다.

공급 과잉은 자연스럽게 경쟁 과열로 이어졌다. 좋은 차를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지 못하면 재고 더미에 깔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자동차 메이커들은 비용과 품질을 끌어올리는 묘안을 모색하다 '모듈'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모듈은 여러 부품을 연결한 부품 덩어리를 의미한다.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의 부품을 부품업체 생산라인에서 미리 조립한다. 모듈화 과정을 거치면 생산 과정이 단순해져 조립 과정에서의 낭비 요소를 줄일 수 있다. 이미 혼다 폭스바겐 등이 이 방식을 도입해 성과를 거뒀고,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가 1999년부터 모듈화를 시작했다.

모듈화의 핵심은 부품 업체와 완성차 업체의 역할 분담이다. 기존 완성차 업체가 책임지던 설계,생산,조립,검사 및 판매에 이르는 과정 중 일부를 모듈 전문 제조업체가 맡는 방법으로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제품 개발 기간의 단축은 덤이다.

현대모비스 등 국내 부품 제조사들은 모듈화를 위해 현대 · 기아자동차가 진출한 지역에 함께 나가고 있다. 동반 진출의 장점은 다양하다. 현대 · 기아차의 투자 리스크가 줄어들고 공장 조기 정상화도 이룰 수 있다. 원가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