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의 GDP 디플레이터는 그해의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이다. 동일한 생산 결과를 그해의 가격으로 합산한 값이 명목 GDP이고 기준연도의 가격으로 합산한 값이 실질 GDP이다. 이 비율이 1.2라면 그해의 물가가 기준연도보다 20% 올랐다고 해석해도 된다. 즉 GDP 디플레이터는 국가 경제의 전반적인 물가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 변동은 GDP 디플레이터의 변동과는 다르다.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생활 물자는 국가 경제가 생산해 내는 수많은 물자 가운데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산림을 벌목한 목재의 값이 크게 오르면 GDP 디플레이터의 값은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목재를 이용한 가구 등 생활용품의 값이 변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이 경제생활에서 느끼는 물가 감각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물가의 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개발된 지표이다. GDP 디플레이터가 모든 품목의 가격을 다 고려하는 것과 달리 소비자물가지수는 서민생활에 널리 쓰이는 상품들만 골라 이들의 가격만을 고려한다.

통계청은 주요 생활용품을 선정하고(현재 489개 품목) 품목별로 현 연도 가격의 기준연도 (2005년) 대비 배율을 먼저 계산한다. 그 다음 기준연도의 선정 품목 전체 소비지출에 대한 품목별 비중을 계산한다. 이 비중을 가중치로 하여 품목별 가격 배율의 가중평균을 구한 것이 그 해의 소비자물가지수이다. 이렇게 계산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기준연도 소비량을 현 연도의 가격에서 구입할 때 생활비가 기준연도의 실제 생활비 대비 몇 배인지를 나타낸다.

이에 비해 GDP 디플레이터는 현 연도 물량을 현 연도 가격으로 계산한 가치가 기준연도 가격으로 계산했을 경우의 몇 배인지를 나타낸다. 경제학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 방식으로 계산한 물가지수를 라스파이레스(laspeyres)지수라고 하고 GDP 디플레이터 방식으로 계산한 지수를 파셰(paasche)지수라고 한다. 기준연도와 현 연도의 물량 가운데 어느 것을 이용하는가는 다르지만 물가변동을 추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열을 가늠할 수 없다. 생산자물가지수,수출물가지수,그리고 수입물가지수 등도 같은 원리로 계산한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을 뜻한다. 보통 소비자물가지수가 급격히 오를 때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므로 사람들은 불의의 손실을 당하거나 뜻밖의 이익을 본다. 현금을 가진 사람은 손해 보고 실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익을 본다. 남의 돈을 빌린 사람은 이익을 보고 반대로 빌려준 사람은 손해 본다. 반면에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따라서 그 효과는 인플레이션과 정반대다. 물가변동이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올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은 사람의 노력과 무관한 횡재 또는 횡액이다. 국가경제적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