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장사는 수요가 꾸준해 경기를 거의 타지 않는다. 실제로 2008년 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화장품 브랜드숍이 전국적으로 급증,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화장품 가격에서 거품을 빼 실속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숍은 올 들어 매달 100여개 이상 문을 열어 이미 4000개를 넘어섰다.

화장품 브랜드숍은 서울에서도 핵심 상권만 벗어나면 1억원 정도로 창업이 가능하다. 매장이 깔끔하고 관리가 어렵지 않아 초보 창업자들이 운영하기 쉽다. 특히 30,40대 부부 창업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화장품 소비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데다 브랜드숍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 향후 2,3년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브랜드숍 연말 5000개 돌파 전망

2000년 미샤를 시작으로 등장한 화장품 브랜드숍은 저렴한 가격과 산뜻한 매장을 선보여 젊은층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샤는 '화장품은 고급 기호 제품이 아닌 생활용품'이란 컨셉트를 내걸어 돌풍을 일으켰다.

미샤에 이어 더페이스샵 · 이니스프리 · 스킨푸드 · 에뛰드하우스 · 토니모리 등 각종 브랜드숍이 속속 진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매장 수는 더페이스샵이 770개로 가장 많고 미샤 · 스킨푸드가 각각 400개 정도로 뒤를 잇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사에서 운영하는 '이니스프리'가 280개,'에뛰드'도 210개에 달한다.

피부에 좋은 유기농 화장품만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유기농 인증마크 받은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최초 유기농 화장품 전문점 '닥터올가팜'은 1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윤동연 닥터올가팜 대표는 "유기농 화장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연말까지 40호점 개설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화장품 브랜드숍은 들쑥날쑥한 가격과 세련되지 못한 매장 환경으로 인해 등을 돌렸던 기존 화장품 전문점의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6조5600억원에 달하며,이중 브랜드숍 시장은 1조4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조영한 더페이스샵 유통부문장은 "연말까지 브랜드숍 매장이 5000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품질이 좋아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형은 핵심 상권에서 승부해야


화장품 브랜드숍은 여성들이 창업하기에 가장 손쉬운 아이템 중 하나다. '여성들의 미'를 창조하는 사업이어서 패션 및 미용에 관심 있는 여성들에게 적합하다. 매장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화장품 판매는 물론 미용 컨설턴트 역할까지 해야 한다. 고객들의 피부 상태를 파악, 화장품을 골라줄 수 있는 '스킬'을 갖춰야 한다. 창업에 앞서 '메이크업' 학원에서 기초 지식을 습득하면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역세권이나 대학가,시내 번화가 등 중심 상권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임대료 등 고정비용 부담이 크다는 게 단점이다. 주택가 상권에 들어갈 때는 화장품이란 공통 관심사를 매개로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대기업 브랜드를 택할지,중견 전문업체를 택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브랜드숍의 경우 본사로부터 교육과 관리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본사 매뉴얼을 따라야 하고 샘플이나 판촉물 수량도 본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자율적인 운영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투자형 창업인지,생계형 창업인지에 따라 입지 선택 및 영업 전략이 크게 달라진다. 돈을 벌려면 투자형이 좋지만 임대료와 상가 권리금을 포함하면 5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더페이스샵의 400여 가맹점주 가운데 최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구희철 인사동점 대표(37)는 "장사는 투자한 만큼 이익이 나게 마련"이라며 "임대료와 권리금이 비싸도 좋은 상권에 들어가야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사동 · 동대문 · 이태원 등 3곳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구 대표는 매달 1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