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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진짜 위기다. 10년 후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이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

최근 이건희 회장은 '위기'라는 화두를 던지며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잘나가고 있는 삼성조차 지금이 위기라고 말한 이유는 혼란과 불확실한 경제로 경기침체가 상시화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에서 보듯이 앞으로 기업 경영자들에게 위기 경영은 필수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영자가 경기침체를 미리 예측하고 대처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 많은 기업경영자들은 시장에서 중대한 위협이 감지되었을 때 집중력을 잃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컴퍼니의 혁신ㆍ유통부문 글로벌 대표인 대럴 릭비(Darrell Rigby)는 최근 저서 'CEO의 위기경영(Winning in Turbulenceㆍ격변기에서의 승리)'을 통해 위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베인&컴퍼니 보스턴 오피스 대표인 그는 5년간 전 세계 750개 기업을 찾아다니며 위기에 선도 기업으로 올라선 기업의 성공 전략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2001년 경기 침체기에는 경기회복기에 비해 거의 두 배에 이르는 기업들이 업계 선두권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반면 더 많은 기업들이 상대적인 성과를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위기에 대처하는 해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고 핵심 사업에 자원을 배치할 것, 둘째 비용과 현금흐름을 철저히 관리할 것, 셋째 매출과 마진을 확대할 것 등이다. 이 세 가지를 궁극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그가 예를 든 것이 바로 현대자동차다.

현대자동차는 금융위기로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큰 폭의 가격할인을 단행할 때 자사의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이 실직하는 경우 자동차를 되사준다는 독특한 역발상의 전략을 내세웠다. 그로인해 현대자동차는 다른 자동차업계는 모두 매출 감소를 보일 때 유일하게 판매율이 성장했다. 경제학 교과서의 이론과는 상관없이 고객들의 고민을 해결해준 강력한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포스코도 위기경영 1년 뒤 영업이익률이 8배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감산을 단행했고, 대대적인 원가절감에 돌입해 1조3595억 원을 아꼈다. 그 결과 2분기 2.7%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률은 4분기 21.8%로 올라갔다. 신일본제철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포스코는 3조172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렇게 비축한 체력이 올해 포스코가 펼치는 공격적 경영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경기침체에서 매우 효과적이면서 모든 기업이 경기침체기를 헤쳐 나가는 데 이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처방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의 현재 상황을 파악해 전략을 세우는 방법부터 가격결정, 조직관리, 재무점검까지 기업 경영자와 관리자가 챙겨야 할 기업 요소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는 기업의 혁신 문화가 위기를 경영할 수 있는 해법이다. 강력한 혁신 문화를 지니고 있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에 비해 경기침체를 더 잘 헤쳐 나갈 수 있다.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더 빠른 적응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에 강한 것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트리니트론 TV'로 아날로그시대 절대강자이던 소니는 LCD TV로 바뀌는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이제는 3위로 전락했다. 소니나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이 삼성에 따라잡힌 것은 위기의식의 부족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이건희 회장의 강렬한 위기의식은 과거 삼류 가전 메이커 삼성을 일류기업으로 도약시켰다. 총체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경쟁자와 다른 사고와 실행력으로 절호의 기회를 최악의 타이밍에서 찾아낸다.

불황 속에서 '전략적 상황계획(Strategic Contingency Plan)'으로 가치를 수확하는 기업들의 사례는 위기를 경영하는 지혜의 지침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