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벤처] 비에이치‥삼성ㆍLGㆍ노키아 휴대폰 PCB는 '우리 제품'
25일 오후 9시.인천시 청천동 부평산업단지 내 인쇄회로기판(PCB)업체 비에이치(회장 이경환) 공장.인쇄회로기판에 동(銅)을 도금하는 라인이 쉴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검사실의 직원들도 환한 불빛 아래에서 불량품이 한 개라도 있는지 출고 전 최종 검사를 하느라 눈코뜰새 없었다.

PCB는 정보기술(IT) 경기에 민감해 부침이 심한 업종이지만 이 회사는 2004년부터 7년째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24시간 완전 가동하고 있다. 창업 이듬해인 2000년 1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07년 370억원,2008년 670억원,지난해 107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매출 1255억원에 영업이익 1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삼성 LG 노키아 모두 거래

이 회장은 "회로도 유출 우려로 경쟁사 제품을 만드는 곳과는 거래하지 않는 게 불문율인데 삼성과 LG 노키아의 휴대폰에 들어가는 PCB를 모두 만들고 있다"며 "고난이도의 경성 PCB와 연성 PCB를 일체형으로 만든 RFPCB(경성연성 인쇄회로기판)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RFPCB는 최근 인기 모델인 스마트폰,터치폰 등 하이엔드 멀티미디어폰의 핵심 부품으로 들어간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빌드업(build up)' 제조 기술에 있다. 이는 최소의 공정으로 PCB에 많은 회로를 쌓는 기술이다. 낭비를 줄여 생산성을 높인다. 이 회장은 "PCB를 최대 10층까지 공정처리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필름 접착제 절연체 동판 등 재질의 이질성에 따른 수축률을 줄여 회로의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고난이도 제품은 통상 20~30%의 불량률이 나오는데 비에이치는 10~12%로 낮다.

◆연구개발로 10년 뒤 먹을거리 이미 확보

이 회사는 매출 가운데 6~10%를 연구개발에 사용한다. 동판에 회로를 인쇄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열에 강한 세라믹 소재에 회로를 도금해 넣는 세라믹공법을 개발해 제품 생산에 적용했다. 가격은 비싸지만 제품 안정성이 높아 수요가 늘고 있다. 반도체 장비용 세라믹 히터 모듈은 이미 공급하고 있고 LED기판과 고주파 무선통신용 PCB 등도 개발을 끝내고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개발을 끝낸 레이저광 방식의 터치스크린을 다음 달 중 시연하고 연말부터 양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투자한 결과가 하나둘 성과로 나오고 있는데 이들 제품이 향후 10년 뒤 우리 회사의 먹을거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