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 이면도로에 상가빌딩을 갖고 있는 김모씨(72)는 작년부터 늘어난 공실(空室)로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인근 부동산에 임대 매물을 내놓고 기다리고 있지만 임차인을 찾지 못했다. 사무실 10개 중 3개가 계속 비어있다. 그는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던 빌딩주 이모씨(80)가 전문업체 도움으로 대기업 슈퍼마켓에 세를 줬다는 소식을 듣고 빌딩관리전문업체 문을 두드렸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지역 공실률이 15%까지 치솟는 등 빌딩에 빈 공간이 늘어나면서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빌딩관리 전문업체를 찾는 중소형 빌딩주들이 늘고 있다. 빌딩을 직접 관리하거나 믿을 만한 친인척에게 맡겨온 중소형 빌딩주들이 빌딩관리를 아웃소싱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소형 빌딩 관리 전문업체들의 계약액도 덩달아 확대되고 있다. 중소형 빌딩 관리업체인 글로벌PMC 김용남 대표는 "올 들어 계약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어나는 추세"라며 "문의전화도 2~3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PB고객 대상으로 부동산관리신탁을 하는 두레시닝의 최환석 자산관리사업팀장은 "70~80세 고령의 빌딩주들이 빌딩관리를 직접 해왔다면 그 자녀들은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 전문빌딩 관리업체에 아웃소싱 주는 것을 선호한다"며 "공실률이 늘어나면서 전문업체를 찾는 빌딩주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관리업체들은 빌딩 입지를 분석하고 적정 임대료를 산정한 뒤,입점 가능한 업체를 상대로 유치 마케팅을 벌인다. 최 팀장은 "빌딩주들은 플래카드를 내걸거나 인근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는 수준에 그치지만 전문업체들은 개별 빌딩에 맞게 임차 상품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적정 임대료 책정과 금융사고 예방에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전문관리업체들의 장점이다. 이들은 명목 임대료는 손대지 않고 렌트프리(공짜 임대) 기간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실질 임대료를 낮춰 공실 문제를 풀고 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