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의 인테리어는 명성에 비해 '별로'였다. 산뜻하고 유려한 외관과도 대조적이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에 익숙해진 탓일 게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30년 가까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자동차가 실내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는 것도 불필요한 투자일지 모른다. 몇 년 전 미국 대학으로 연수를 떠났을 때 많은 현지 교포들이 현대 쏘나타와 캠리를 비교하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쏘나타도 많이 좋아졌지만 캠리만큼 무난한 차도 없다"는 평이 대체적인 흐름이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검증받은 내구성은 당대 최고라는 경험담도 곁들여졌다.

시동을 걸고 핸들을 잡았다. 최고 출력 175마력의 평범한 가속력답게 특별한 감동이 생겨나지 않았다. 힘이 좋다거나 핸들링의 기분 좋은 묵직함도 없었다.

하지만 캠리의 진정한 가치는 고속 주행에서 드러났다. 2.5ℓ 직렬 4기통 엔진을 장착한 이 차는 시속 150㎞ 이상의 속도에서도 거의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특히 시속 100㎞ 구간대를 돌파할 때는 마치 누군가 등을 떠미는 듯한 강력한 파워가 느껴졌다. 일단 가속한 상태에서는 액셀을 떼어도 쉽게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비결은 엔진에 있었다. 캠리의 엔진은 '지능형 듀얼 가변밸브 타이밍(Dual VVT-i)'을 채용,흡배기 캠축을 드라이빙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해 흡기 및 배기가스의 밸브 개폐 타이밍을 조절했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와 최적의 조합을 이뤄 ℓ당 12㎞의 동급 최고 수준의 공인 연비를 획득했다. 4륜 독립 현가식 서스펜션은 항상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해줬다.

한 시간 정도 주행하다 잠시 내려서 외관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전방 V자형으로 흐르는 캐릭터 라인이 물흐르듯 처리됐고 라디에이터 그릴은 대담한 디자인을 연출했다. 상대적으로 짧은 프런트 오버행(범퍼에서 앞바퀴 중심부까지의 거리)은 차량의 조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최소 회전 반경을 줄여줌으로써 좁은 골목길이 산재한 도시 길 운행에 편의성을 더해줬다.

그러고 보니 차량 내부도 운전자를 위한 감각적인 설계가 돋보였다. 두 개의 12V짜리 파워아울렛과 AUX-IN 단자를 제공해 다양한 휴대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천연가죽 재질의 최고급 시트를 기본 사양으로 제공하고 플라즈마클러스터 이오나이저와 듀얼존 타입의 자동에어컨이 장착돼 있었다.

캠리가 내구성 못지 않게 내세우는 것은 안전성이다. 차체와 시트 프레임은 충돌에 의한 충격을 흡수하고 탑승 공간의 변형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했다. 첨단 듀얼 스테이지 SRS 전방 에어백,시트 장착 측면 에어백,측면 커튼 에어백에 더해 동급 유일의 운전석 무릎 에어백도 기본 사양이다.

캠리는 생활 속에서 가치가 드러나는 차량이다. 특별히 뽐낼 만한 게 없다고 하지만 그 자체로 자기 완결성을 갖고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어떤 품목이든 입소문은 괜히 나는 게 아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