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 '저평가' 추천 리포트 쏟아진다
코스피지수가 1600선 밑으로 내려앉으면서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북한 리스크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양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적 전망이 양호한데도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했거나 시가총액이 장부상 자산 가치보다 낮은 수준(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까지 떨어진 종목에 대해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증시 저평가 매력 부각

코스피지수는 26일 21.29포인트(1.36%) 오른 1582.12에 마감했다. 전날 큰 폭으로 빠진 뒤 하루 만에 반등하긴 했지만 밸류에이션(펀더멘털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 보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은 이날 분석 보고서를 통해 "현재 코스피지수는 증시 주변을 둘러싼 위험 수준에 비해 절대적인 저평가 국면에 진입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상원 연구위원은 "국내 500대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38배 수준"이라며 "2001년 이후 10년간 평균 PER가 9.27배임을 감안하면 기업의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너무 낮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은 여전히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된 기업의 향후 12개월 예상 순이익 증가율(전년 대비)은 한국이 87.4%로 미국(37.5%) 영국(29.5%)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49.8%) 브라질(28.0%) 대만(40.2%) 등 이머징마켓 국가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대외 악재가 해소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길게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며 "6월 중순 이후에 2분기 실적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밸류에이션 매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휴맥스 녹십자 등 '저평가'추천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밑돌기 시작한 지난 25일부터 증권사들은 지금의 시장 상황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는 보고서를 속속 내놓고 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은 휴맥스에 대해 "이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0.7배로 주가가 장부상 자산 가치보다 낮은 절대 저평가 상태"라며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김운호 연구위원은 "휴맥스의 2분기 매출은 1분기 대비 15.4% 증가할 전망"이라며 "독일 시장에서 HD제품 매출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고 중동지역의 신규 거래선도 매출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중 고점 대비 16.2% 하락한 녹십자 역시 저가 매수 종목으로 추천됐다. LIG투자증권은 기업 가치 변화와 성장동력을 감안할 때 녹십자의 현재 주가는 뚜렷한 저평가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이승호 연구위원은 "신종플루 이후의 실적에 대한 우려는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해소될 것"이라며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가량 증가한 200억원대 후반으로 상위 제약사 중 가장 우수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화학 업체인 호남석유한화케미칼도 PBR가 각각 0.9배,0.8배로 1배를 밑돌고 있어 저평가 매력이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반면 해외 경쟁 업체들의 신규 설비 정상 가동이 지연되고 있어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향후 안정적인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대우증권은 평화정공을,신한금융투자는 하나금융을 각각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제시했다.

◆외국계는 매도 의견 제시도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이달 들어 일부 종목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매출 증가율이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란 이유로 한국타이어의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최근 "발광다이오드(LED) 공급 증가율이 수요를 압도하고 있어 4분기엔 공급 과잉에 따른 마진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삼성전기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내놓았다. CLSA는 또 제일모직 삼성중공업 등에 대해서도 주가가 오를 확률이 낮다며 매도할 것을 조언했다.

김동윤/강지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