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한두 가지 결점이 있다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특성을 뚜렷하게 선보이는 제품을 선택하는 '공격형 소비자'와 여러 항목을 두루 살핀 후 특별히 빠지는 부분이 없는 차를 고르는 '수비형 소비자'.

기아자동차가 지난 3월 선보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R는 수비형 소비자 입장에서 탁월한 선택이다. '최고의 차량'으로 부르기에는 과하지만 주행 능력,연비,승차감,활용성 등의 측면을 두루 따져봐도 크게 나무랄 데가 없다. 어떤 차를 살지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자신있게 권할 만하다.

전체 높이를 낮춘 것이 우선 눈에 띄었다. 이 차량의 높이는 1635㎜로 기존 모델보다 6㎝ 낮다. 반면 폭은 1855㎜로 3.5㎝ 커졌다. 세단 수준의 승차감과 넉넉한 실내공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다. 외관 디자인의 특징은 곡선미다. 동그란 뒤태의 모습이 강렬해 한눈에 스포티지R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대형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는 '프로젝션 전조등',5장 꽃잎 모양의 '플라워 18인치 휠' 등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카랑카랑한 엔진 소리가 들려온다. '투싼ix'와 대형 SUV 쏘렌토R에 탑재해 호평받았던 R엔진이다. 최고 출력 184마력,최대 토크 40.0㎏ · m의 높은 동력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연비가 ℓ당 15.6㎞에 달한다. 엔진의 성능을 보기 위해 강하게 가속페달을 밟자 잠시 멈칫하더니 맹렬히 뛰쳐나갔다. 변속 충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운전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핸들링도 만족스러웠다. 저속으로 주행할 때는 부드럽게 움직이던 핸들이 속도가 높아지자 훨씬 무거워졌다. '속도감응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의 힘이다. 소음은 디젤차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준수한 편이다. 시속 120㎞까지는 작은 소리로 음악을 틀어도 거슬리지 않을 만큼 정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 이상의 속력을 내자 바람소리가 조금 강해졌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