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재정 "외환시장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준비돼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에다 북한 리스크까지 겹쳐 외환시장이 요동치자 정부가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잇달아 시장에 던지고 있다. "국제공조를 통해 자본 이동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26일 발언이 대표적이다. 윤 장관은 "시나리오별로 상황에 맞는 대안까지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의 말대로라면 뭔가 대책이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을 직접 규제할 만한 뾰족한 수가 마땅치 않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외은 지점 달러 차입 규제


윤증현 재정 "외환시장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준비돼 있다"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은 우선 외국은행 국내 지점(외은 지점)의 달러 차입에 대한 규제다. 외환시장 불안이 커질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 유동성 악화를 초래한 주요 요인이 외은 지점의 단기 달러 차입으로 지목된 것이 계기다.

규제 수단으로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논의 테이블에도 등장한 은행세가 가능하다. 비예금성 자산,특히 부채에 일정 세금을 매기는 방안이 도입될 경우 예금 수신보다는 대부분 달러 차입을 통한 대출에 의존하는 외은 지점이 주 타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민간 기업에 대한 외화 조달 창구로서의 외은 지점 역할이 위축되고 △규제를 피해나갈 구멍(loop hole)이 생길 수 있으며 △외환시장 개방 정책에도 어긋난다는 점 때문에 정부는 외은 지점 규제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극구 부인해왔다.

◆은행 선물환 규제

두 번째 방안은 선물환 규제다. 최근 원화 환율 변동폭 확대가 역외선물환시장(NDF)에 투기세력이 가담한 것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NDF를 포함한 선물환 거래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유럽 재정위기 전부터 과잉 자본 유입을 억제하는 장치로 은행의 선물환 규제책을 준비해 왔다"며 "위기가 잠잠해지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에서도 선물환 규제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의 선물환 거래 과정에서 단기 해외 차입이 많아 규제를 하면 단기 외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수단으로는 개별 은행의 선물환 거래가 자기자본 대비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수출기업들에 대해서도 실물 거래의 125% 미만으로 선물환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있다. 은행의 선물환 거래는 대부분 수출기업들의 환 헤지(위험 회피) 과정에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수출기업들이 대규모 수주에 따라 달러가 유입되면→환 헤지를 위해 선물환을 매도하고→국내 은행들이 선물환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헤지 수단으로 현물 스폿(달러)을 매도하는 구조를 갖게 된다. 만약 은행 선물환 매수를 규제하면 이 구조가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따라서 수출기업들의 경상거래를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은행 및 기업들의 선물환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채 총량 규제와 토빈세

이 밖에 외화자산 대비 외화대출 비율을 억제하는 외채 총량 규제가 있다. 민간의 단기채 발행을 줄이고 장기채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일각에선 외국인의 국내 주식 및 채권 거래에 세금을 매기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위기 시 외국인의 공격적인 주식 매도가 환율 급변동을 키운다는 이유 때문이다. '토빈세'로 불리는 자본거래세가 현실적 수단이다.

당초 유럽국가들 중심으로 도입논의가 이뤄지던 토빈세는 각국 의견차로 폐기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유럽재정위기를 계기로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외환거래 자유화 규약상 먼저 나서 도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지만 국제논의가 이뤄지면 그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정종태/유승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