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8시.개성공단으로 향하는 남측 관문인 도라산CIQ(남북출입사무소)에는 북측으로 원부자재를 나르는 차량들이 줄을 서고 출경(방북)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차량 행렬은 전날보다 크게 줄었다. CIQ 내부도 평소보다 썰렁했다. 정부가 27일까지 개성공단 상주 인원을 절반 정도로 줄이도록 통보한 데다 전날 밤 늦게 북한이 북남 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를 폐쇄키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부 입주기업들이 북한 투입 인력을 줄이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8시30분."들어간다. 들어가. " 첫 번째 화물차를 시작으로 차량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북한 지역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남측이 대북 심리전을 재개할 경우 공단을 폐쇄하겠다고 밝혀 개성공단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입주업체들 초긴장

북측이 개성공단 인원 출입에 대한 동의서를 보내옴에 따라 도라산CIQ에선 8시30분부터 정상적으로 출입이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남북 정부 당국자들이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연일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서 공단 입주기업들은 점점 동요하고 있다. 특히 이날 북한이 그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까지 제기하자 CIQ에서 뉴스를 지켜보던 임직원들은 "올게 왔다"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CIQ 관계자는 "평소에는 예약 인원의 80%가량이 출경했지만 어제는 30%대까지 떨어졌다"며 "출경하는 업체 임직원들의 표정도 평소보다 상당히 굳어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북한으로 넘어간 차량도 전날보다 43% 줄어든 328대에 불과했다. 북한이 경협사무소 폐쇄 등의 방침을 발표하자 혹시나 교역 중단으로 원자재 등이 북한에 묶이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생산활동이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며 바이어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계약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해외 바이어보다 국내 바이어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북측 근로자 "남측 왜 검열단 거부하느냐"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들도 천안함 침몰 이후 일련의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입주업체 부장은 "북측 근로자들과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 편이라 따로 물어보지 않았는데 북측 근로자가 먼저 다가와 (천안함에 대한 공격은)'우리가 한 게 아니다'며 말을 걸어와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 업체 대표는 "북측 근로자들이 '남측이 왜 검열단을 거부하느냐'며 물어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이틀 전부터 북측 근로자들이 천안함 관련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며 "천안함 침몰 사실만 막연하게 알고 있던 북측 근로자들이 우리 정부 발표 이후 북한의 반응이 나오면서 사태를 파악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북측 근로자들 역시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인다는 게 입주기업들의 설명이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북측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이 없으면 남북관계가 1950년대로 돌아간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며 "북측 근로자들도 서로 걱정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폐쇄 가능성은

북한은 이날 경의선 및 동해선 군사채널은 열어둠으로써 우리 측 인원의 개성공단 출입국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심리전이 재개될 경우 북한의 협박이 현실화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개성공단에 800여명의 우리 국민이 체류 중이라는 점을 앞세워 우리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폐쇄 협박을 했지만 실제 문을 닫을지는 미지수다. 개성공단은 연간 4000만달러의 임금이 지급되는 달러박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경제난에 봉착한 북한이 개성공단을 접으면 이명박 정부 임기 내 사업 재개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북한은 우리측 분위기를 봐가며 단계별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라산=고경봉/장성호/남윤선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