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강력한 시장 안정 방침에다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매물 출회로 원 · 달러 환율은 26일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남유럽 재정위기,북한 리스크 등 악재가 해소된 것이 아니어서 시장의 불안 기류는 강하게 남아 있다.

이날 외환시장은 주문 실수 해프닝으로 시작됐다. 한 외환딜러가 100만달러를 전날보다 108원 낮은 1142원에 '팔자'는 주문을 냈는데 덜컥 체결됐다. 이 외환딜러는 곧바로 실수임을 밝히고 달러를 사들인 쪽도 이를 인정해 거래가 취소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원 · 달러 환율이 급락한 것 아니냐는 혼동이 일기도 했다.

전날 뉴욕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 선물환율이 1242원50전 수준에 마감하고 이날 주가가 상승 반전하면서 환율이 1240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이 합동대책반회의 직후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취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도 환율 하락세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가 이어지면서 환율은 오름세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 1260원을 웃돌기도 했다. 하지만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 오름폭이 줄어 전날보다 3원30전 오른 1253원30전에 마감했다.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소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도쿄시장에서 5년 만기 외평채 CDS 프리미엄은 13bp(1bp=0.01%포인트)가량 하락한 162bp 수준에서 거래됐다.

전날 뉴욕시장에선 32bp나 치솟은 175bp를 기록했다. 외평채 CDS 프리미엄이 올 1월 초 78bp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남유럽 사태와 북한 리스크로 100bp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CDS 프리미엄이 올랐다는 것은 해당 채권의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한국물 가격도 급락세(금리는 급등)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뉴욕시장에서 5년 만기 외평채의 미국 국채 대비 가산금리는 160bp로 하루 만에 40bp 뛰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5년6개월 만기 채권도 가산금리가 각각 25bp와 22bp 상승했다.

시중은행 뉴욕지점은 최근 들어 단기 차입 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어음(CP)을 발행하거나 보유 채권을 담보로 단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맞물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한국 은행들의 해외 차입 여건이 당분간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박준동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