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가시거리가 지난 26일 35km를 기록했다. 1997년 5월 8일 관측된 40km 이래 13년 만에 가장 맑은 하늘을 나타냈다. 지난 22일부터 4일째 우리나라 주변 상공에 저기압이 머물면서 지속적으로 비가 내려 대기의 오염물질을 씻어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27일 이틀째 힘겨운 반등을 시도하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1만선이 붕괴됐다는 소식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5일간 급등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증시도 그 동안의 우울함을 날리고 쾌청한 하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악재가 소멸된 것은 아니지만 호재의 요인들이 부각될만한 시기가 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이제는 끝물(?)

금융감독원은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약 2조6000억원의 투자자금을 주식·채권 등 증권시장에서 빼갔다고 밝혔다.

이 중 유럽계 투자자들의 순매도액은 1조7498억원으로 전체의 68.0%를 차지했다. 특히 주식의 경우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5조3859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유럽계가 58.2%인 3조1369억원을 차지했다.

유럽계가 순매도세를 주도하는 것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유럽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더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외국인 매도세도 이미 절정기를 지났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보는 코스피, 즉 달러 기준의 코스피는 매력적인 가격대에 진입하고 있다"며 "코스피 지수는 고점 대비 10% 정도 하락했지만 달러로 환산하면 20% 정도 하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는 다소 과도하다는 판단이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주식시장은 강하게 매도했지만 채권시장의 경우 연일 순매수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달러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차익거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강도가 국내 증시에서만 유독 강한 점도 부각되고 있다. 5월 이후 한국은 태국 다음으로 외국인의 매도강도가 강했다는 것. 태국과 한국의 내부적인 위험(반정부 시위와 북한리스크)이 반영된 결과라고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의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공세가 약화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하나대투증권 투자분석부는 국내 증시가 △중장기적 펀더멘털의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고 △주가수준이 매력도가 높은데다 △기술적 반등 가능성과 △연기금 저가매수세에 힘입어 단기적인 과매도 국면에서 벗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반등은 어디부터 시작될까?

시장에서는 주가의 추가하락 보다는 '반등'과 '방어'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동시에 반등시에 시장을 주도할 종목들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모습이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선도주인 IT(정보기술), 자동차, 화학업종 등의 가격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들 종목들은 수출주로 외환시장의 높아진 변동성에 대한 방어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박정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경기방어주로는 시장을 못이긴다"며 "글로벌 플레이어인 IT와 자동차, 아시안 플레이어인 기계 밀 화학, 국내 플레이어인 은행 등을 골라담으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수급상황이 개선되면서 단기 반등시도는 이어질 것"이라며 "낙폭과대 업종 보다는 IT와 자동차 등과 같은 기존주가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 또한 "견조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는 IT, 자동차, 화학 등의 핵심주도주를 공략하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