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조세피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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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라부안은 제주도의 20분의 1쯤 되는 작은 섬이다. 유명 관광지이지만 '회사 세우기 쉬운 곳'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라부안에선 단 하루면 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현지에 가지 않고 팩스로도 설립이 가능하다. 주로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다. 이들 회사를 관리해주는 신탁회사도 있다. 신탁회사 사무실엔 각국의 회사 팻말 수백개가 걸려 있고,통역서비스도 해준단다.
이곳에선 법인세나 소득세를 물리지 않는 대신 회사 설립과 계좌 유지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 외환 규제가 적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이다. 외부에서 자본거래와 세무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도 잘 응하지 않는다. 탈세나 돈세탁을 하기에 딱 맞는 환경을 조성해 놓은 것이다. 이런 식의 조세피난처는 버뮤다,케이맨군도,바하마,버진아일랜드,모나코,서사모아 등 38곳에 이른다.
스위스는 조세피난처는 아니지만 17세기부터 비밀 보장 조건으로 외국 예금을 유치하다가 1934년 비밀주의를 은행법에 명문화한 케이스다. 예금주 정보는 은행에서도 담당 직원과 직속 상관만 안다. 이름 대신 숫자나 문자로 계좌를 만들 수도 있다. 명백한 범법 증거가 없는 한 사법당국도 계좌 추적을 못한다. 국제사회 압력으로 스위스 정부가 은행법을 OECD 기준에 맞추겠다고 밝혔지만 비밀주의를 완전히 버리기는 어렵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OECD는 조세피난처에 떠도는 자금을 최대 11조5000억달러로 추산한다. 대형 헤지펀드들의 서류상 본사도 대부분 이곳에 있다. 국내 기업 840여개도 라부안,케이맨군도 등에 1100여개의 현지법인이나 지사를 설립운영하는 것으로 조사(2000년 · 관세청)됐다.
국세청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거나 기업자금을 불법유출한 4개 기업과 사주를 적발,3392억원의 세금을 물렸다는 소식이다. 해외펀드 투자를 가장해 자금을 빼낸 다음 돈세탁을 거쳐 스위스 등의 계좌로 관리해왔다고 한다.
세계경제가 거미줄처럼 얽히다 보니 탈세도 덩달아 국제화되고 있다.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역외 탈루는 국부 유출에 재정건전성까지 해치는 악성범죄다. 어려운 살림에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하게 색출해내야 할 일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이곳에선 법인세나 소득세를 물리지 않는 대신 회사 설립과 계좌 유지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 외환 규제가 적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이다. 외부에서 자본거래와 세무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도 잘 응하지 않는다. 탈세나 돈세탁을 하기에 딱 맞는 환경을 조성해 놓은 것이다. 이런 식의 조세피난처는 버뮤다,케이맨군도,바하마,버진아일랜드,모나코,서사모아 등 38곳에 이른다.
스위스는 조세피난처는 아니지만 17세기부터 비밀 보장 조건으로 외국 예금을 유치하다가 1934년 비밀주의를 은행법에 명문화한 케이스다. 예금주 정보는 은행에서도 담당 직원과 직속 상관만 안다. 이름 대신 숫자나 문자로 계좌를 만들 수도 있다. 명백한 범법 증거가 없는 한 사법당국도 계좌 추적을 못한다. 국제사회 압력으로 스위스 정부가 은행법을 OECD 기준에 맞추겠다고 밝혔지만 비밀주의를 완전히 버리기는 어렵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OECD는 조세피난처에 떠도는 자금을 최대 11조5000억달러로 추산한다. 대형 헤지펀드들의 서류상 본사도 대부분 이곳에 있다. 국내 기업 840여개도 라부안,케이맨군도 등에 1100여개의 현지법인이나 지사를 설립운영하는 것으로 조사(2000년 · 관세청)됐다.
국세청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거나 기업자금을 불법유출한 4개 기업과 사주를 적발,3392억원의 세금을 물렸다는 소식이다. 해외펀드 투자를 가장해 자금을 빼낸 다음 돈세탁을 거쳐 스위스 등의 계좌로 관리해왔다고 한다.
세계경제가 거미줄처럼 얽히다 보니 탈세도 덩달아 국제화되고 있다.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역외 탈루는 국부 유출에 재정건전성까지 해치는 악성범죄다. 어려운 살림에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하게 색출해내야 할 일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