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 잇는 家嶪] (94) 대의테크‥ 장난감 공장 인수해 국내유일 IP설계업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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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그만두고 대학에 출강하던 채의숭 대의테크 회장(72)은 1985년 3월 빌려준 500만원을 받을 요량으로 후배가 경영하는 경기 부천의 조그만 장난감 공장에 들른다. 공장 안으로 들어선 채 회장은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기계엔 뿌연 먼지가 쌓여 있고 쓰레기나 다름없는 자재더미에 앉아 직원들은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사장은 부도를 내고 종적을 감춘 지 오래고 직원들은 6개월 동안 월급 한푼 못 받은 상황이었다. "제가 공장에 들어가 (후배) 사장을 찾자 '월급만 주면 된다. 우리를 좀 살려 달라'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는 겁니다. 며칠 뒤 부도난 회사를 인수하고 사업을 시작했죠." 그렇게 사업을 시작한 채 회장은 25년 만에 선엔지니어링 엠지에스 등 8개 법인에서 100여개의 자동차부품을 생산,연간 3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그룹을 일궜다.
충남 대천에서 태어난 채 회장은 대천농고를 나와 건국대(경제학과)를 수석 졸업한 뒤 ROTC(2기)로 군복무를 마치고 1966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이어 1973년 대우그룹으로 옮겨 1981년 대우아메리카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샐러리맨 성공기를 써나갔다. 그는 1984년 회사를 그만두고 건국대 교수로 잠시 있다가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다.
망한 회사를 인수한 채 회장은 공장 가동을 앞둔 1986년 여름 폭우로 공장이 침수되는 바람에 기계가 망가지고 원자재가 한순간 쓰레기로 변하는 첫 번째 시련을 겪는다. 그때 대학 과동기생인 김성중 대우차 부사장(김우중 대우 회장 친동생)이 와 "자넨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며 1억원을 건넸다. 채 회장은 "새 기계를 들여와 1987년부터 대우차 부평공장에 자동차용 휠캡을 공급하면서 자리를 잡았고 이듬해 이 돈은 모두 갚았다"고 회고했다.
두 번째 역경은 1991년 찾아왔다. 천안에 신축한 범퍼공장에서 전기합선으로 화재가 일어났다. 공장은 잿더미가 됐고 피해금액은 72억원에 달했다. 채권자들을 설득해 상환기간을 연장하고 은행에서 100억원을 대출받아 공장을 새로 지어 이듬해 가동에 들어가면서 힘겹게 이겨냈다. 성장세를 이어가는가 싶더니 외환위기 때 세 번째 시련이 찾아와 채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1999년 주거래선인 대우차가 부도가 난 것이다. 당시 200개 협력업체 중 54곳이 도산했다. 대의테크도 받을 어음 119억원이 휴지조각이 됐고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은 89억원에 달했다.
그는 "이제 부도나는 일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에 막막했다"며 "결혼반지 목걸이 골프회원권 등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내다 팔았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쌓은 신용이 자산이 돼 거래은행 지점장이 책임을 무릅쓰고 자금을 지원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당시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에서 설계도를 받아 단순 생산만 했다. 이래가지고는 위기 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2000년 말 11명의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해 기술 개발에 나섰다. 2년여 만에 전량 수입해 오던 자동차 내부 디자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스트루먼트 패널(IP · 운전석의 계기판과 오디오 등 각종 기계장치가 달려 있는 부분)의 자체 설계 및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채 회장은 "당초 GM의 제안으로 캐나다 마그나그룹의 인티어사와 합작 투자를 통해 IP를 개발하려고 했는데 1000만달러의 기술료를 요구해 거절했다"며 "독자 개발하자 인티어 측이 오히려 27억원의 기술료를 제공하겠다고 요청해 2004년 합작법인을 설립했다"고 소개했다.
또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업체로 국내에 선엔지니어링을,중국 상하이에 대의자동차연구소유한공사를 잇달아 세워 기술력을 키웠다. 이를 통해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나 중국 업체는 물론 인도 타타자동차,호주 홀덴사 등을 거래처로 확보했다. 그는 "현재 우리 회사는 향후 10년간 기술 개발 및 생산할 프로젝트를 이미 확보해놨다"고 말했다.
채 회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채록 부회장(37)을 2002년 불러들여 경영수업을 받게 했다. 그는 "2005년 선엔지니어링을 세우면서 아들에게 대표를 시켰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 올초 그룹총괄 부회장으로 모든 것을 맡겼다"고 말했다.
채 부회장은 자동차 부품의 상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모듈화 추진에 매진하고 있다. 첫 번째로 그동안 단순히 플라스틱 사출 형태의 IP만 만들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던 것을 2008년부터 계기판 내비게이션 오디오 등을 세팅한 IP모듈로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또 범퍼도 라디에이터 그릴, 안개등 등 각종 부품을 모듈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불량품은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25?e보다 훨씬 낮은 2?e에 불과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고 자체 설계 능력까지 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며 "해외 업체들의 조인트 벤처 요청이 많은데 조만간 인도 브라질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의테크는 올해 그룹 전체로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015년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
충남 대천에서 태어난 채 회장은 대천농고를 나와 건국대(경제학과)를 수석 졸업한 뒤 ROTC(2기)로 군복무를 마치고 1966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이어 1973년 대우그룹으로 옮겨 1981년 대우아메리카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샐러리맨 성공기를 써나갔다. 그는 1984년 회사를 그만두고 건국대 교수로 잠시 있다가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다.
망한 회사를 인수한 채 회장은 공장 가동을 앞둔 1986년 여름 폭우로 공장이 침수되는 바람에 기계가 망가지고 원자재가 한순간 쓰레기로 변하는 첫 번째 시련을 겪는다. 그때 대학 과동기생인 김성중 대우차 부사장(김우중 대우 회장 친동생)이 와 "자넨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며 1억원을 건넸다. 채 회장은 "새 기계를 들여와 1987년부터 대우차 부평공장에 자동차용 휠캡을 공급하면서 자리를 잡았고 이듬해 이 돈은 모두 갚았다"고 회고했다.
두 번째 역경은 1991년 찾아왔다. 천안에 신축한 범퍼공장에서 전기합선으로 화재가 일어났다. 공장은 잿더미가 됐고 피해금액은 72억원에 달했다. 채권자들을 설득해 상환기간을 연장하고 은행에서 100억원을 대출받아 공장을 새로 지어 이듬해 가동에 들어가면서 힘겹게 이겨냈다. 성장세를 이어가는가 싶더니 외환위기 때 세 번째 시련이 찾아와 채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1999년 주거래선인 대우차가 부도가 난 것이다. 당시 200개 협력업체 중 54곳이 도산했다. 대의테크도 받을 어음 119억원이 휴지조각이 됐고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은 89억원에 달했다.
그는 "이제 부도나는 일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에 막막했다"며 "결혼반지 목걸이 골프회원권 등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내다 팔았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쌓은 신용이 자산이 돼 거래은행 지점장이 책임을 무릅쓰고 자금을 지원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당시 국내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에서 설계도를 받아 단순 생산만 했다. 이래가지고는 위기 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2000년 말 11명의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해 기술 개발에 나섰다. 2년여 만에 전량 수입해 오던 자동차 내부 디자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스트루먼트 패널(IP · 운전석의 계기판과 오디오 등 각종 기계장치가 달려 있는 부분)의 자체 설계 및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채 회장은 "당초 GM의 제안으로 캐나다 마그나그룹의 인티어사와 합작 투자를 통해 IP를 개발하려고 했는데 1000만달러의 기술료를 요구해 거절했다"며 "독자 개발하자 인티어 측이 오히려 27억원의 기술료를 제공하겠다고 요청해 2004년 합작법인을 설립했다"고 소개했다.
또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업체로 국내에 선엔지니어링을,중국 상하이에 대의자동차연구소유한공사를 잇달아 세워 기술력을 키웠다. 이를 통해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나 중국 업체는 물론 인도 타타자동차,호주 홀덴사 등을 거래처로 확보했다. 그는 "현재 우리 회사는 향후 10년간 기술 개발 및 생산할 프로젝트를 이미 확보해놨다"고 말했다.
채 회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채록 부회장(37)을 2002년 불러들여 경영수업을 받게 했다. 그는 "2005년 선엔지니어링을 세우면서 아들에게 대표를 시켰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 올초 그룹총괄 부회장으로 모든 것을 맡겼다"고 말했다.
채 부회장은 자동차 부품의 상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모듈화 추진에 매진하고 있다. 첫 번째로 그동안 단순히 플라스틱 사출 형태의 IP만 만들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던 것을 2008년부터 계기판 내비게이션 오디오 등을 세팅한 IP모듈로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또 범퍼도 라디에이터 그릴, 안개등 등 각종 부품을 모듈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불량품은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25?e보다 훨씬 낮은 2?e에 불과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고 자체 설계 능력까지 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며 "해외 업체들의 조인트 벤처 요청이 많은데 조만간 인도 브라질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의테크는 올해 그룹 전체로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015년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