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기업들의 세금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실제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만 전력 보험 정유 등 업종 특성상 특별한 계정과목과 회계처리가 필요한 회사들은 세금이 대폭 증가하게 돼 업종별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세무학회는 12개 상장사의 2008년 재무제표를 기존 방식과 IFRS기준으로 작성해 비교한 결과 법인세 부담이 평균 76만1327원(3.0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27일 밝혔다. 세무학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IFRS도입에 따른 법인세법 개정방안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운오 서울대 교수는 "분석기업 수가 적어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이익을 냈느냐 손해를 봤느냐와 무관하게 기업의 법인세 규모의 변화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유형자산이 많아 대규모 감가상각을 하는 기업이나 보험 정유사 등은 법인세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별화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손해보험회사들이 대규모로 적립 중인 보험준비금으로 인해 세금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심태섭 단국대 교수와 최원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IFRS에서는 비상위험준비금의 적립을 금지하고 있지만 보험사 건전성 유지에 꼭 필요하다"며 "계속 적립할 수 있도록 보험업감독규정 등을 변경하고,신고조정을 통해 세제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환 첫 해에 자본으로 대규모 환입되는 기존 적립금도 경과규정을 둬 과세표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핵심이슈인 감가상각과 관련해 오윤택 인덕회계법인 부대표는 "IFRS를 도입하면 평가손실이나 손상차손의 손금 불인정,내용연수가 무한정인 무형자산(영업권 등)의 감가상각 누락,정률상각 불인정과 내용연수 장기화에 따른 세부담 증가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며 세금 급증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IFRS의 주요 개념인 공정가치(시가)평가를 세법에서는 수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미실현 이익에 과세하게 되고,기업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세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조용언 동아대 교수는 "IFRS에서 재고자산평가법으로 '후입선출법'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과세이연효과가 없어져 도입 첫해에 세금이 일시적으로 급증할 것"이라며 일정 기간 과세유예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