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직권상정을 믿고 숫자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협상파를 회색분자로 몰아붙이며 직권상정 때문에 졌다고 성명을 낸다.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국회의 모습이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3류 국회법을 하루속히 개정해야 한다. "

29일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김형오 국회의장(사진)은 27일 국회에서 퇴임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의원 스스로의 권리와 의무를 저버리는 후진적 국회를 개선하려면 직권상정을 과감히 없애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2008년 원구성 단계에서부터 미디어법 노조법 등 아홉 번의 위기와 고비 속에 최악의 파국은 막았다고 자평한다"면서도 "하지만 입법부 수장으로서 18대 국회가 보여준 대치와 파행,점거와 농성에 대해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하며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여야 간 극한대치 때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던 김 의장의 개인적 고뇌가 담긴 소회다.

국회의장 취임 일성으로 '개헌'을 강조했던 김 의장은 "개헌의 적기는 18대 국회 전반기였지만 결국 지나쳤다. 하지만 후반기로 접어드는 올해 말까지 남은 7개월이 마지막 적기라고 본다. 민주당도 6월 선거 이후 논의에 긍정적이고 기초자료조사도 다 돼 있는 만큼 마음만 먹으면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력 구조와 관련,김 의장은 "1987년 직선제 이후 지속된 5년 단임제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면 어느 것도 괜찮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4년 중임제는 기존 5년 단임제 폐해를 두 번 연장하는 8년 단임제나 마찬가지다. 그럴 바엔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