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技術士 아니면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시공 꿈도 못꿔"
산업 최일선에서 기술 실무를 책임지는 기술사(professional engineer)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기술사회는 전국 기술사 2000여명이 참석하는 제4회 전국기술사대회를 29일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개최한다. 기술사회는 이번 행사를 '기술사 위상 재정립의 날'로 정하고 기술사들의 사기 진작에 나설 계획이다.

한영성 한국기술사 회장은 "현장 실무와 이론적 지식을 겸비한 기술사란 전문직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 강국으로의 도약은 단순히 연구뿐 아니라 엔지니어링 선진화가 관건인 만큼 기술사 제도를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술사 시험은 공과대를 졸업한 후 산업현장에서 실무 경력을 7년 이상 쌓은 사람만 응시할 수 있다. 합격률이 8% 내외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현재 기계 · 금속 · 전기 · 전자 · 조선 · 토목 · 건축 등 22개 분야 89개 종목에서 3만8000여명의 기술사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사들은 애매한 위상 때문에 전문성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건축전기설비 분야 전문가인 이현화 한빛디엔에스 대표는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의 차이도 모르는 교수들이 각종 사업에 자문위원으로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선진국처럼 기술사들 의견이 교수 못지 않은 권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사 제도 자체도 일관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기술사 시험은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라 노동부가 주관하지만 제도 운영은 기술사법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가 맡는다. 그러나 기술사를 활용하는 것은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 건설기술관리법 등 개별 사업법에 따라 주무부처가 맡는다.

송봉현 기술사회 사무총장은 "기술사 시험을 노동부에서 주관하는 것은 과거 개발독재 시대에서 비롯된 것인데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며 "시험 주관과 운영,인력관리를 교과부 등 단일 부처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사들이 주로 활약하는 분야는 설계 · 감리 · 시공 등 건축 분야다. 두바이의 상징인 '부르즈 칼리파'를 수주한 것도 기술사인 강선종 삼성물산 건축기술팀장(상무)의 역할이 컸다.

강 팀장은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을 통해 쌓은 초고층 건축기술 노하우를 총 집결해 시공기술 제안서를 제출했다. 강 팀장이 이끌었던 건축기술팀의 기술력은 '3일에 1개 층을 올린다'는 말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