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약 26억달러에 달하는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에 성공했다. 이 같은 대형 수주는 그동안 유로화 약세 및 중동 플랜트 발주 지연,해외 경쟁사들의 노골적 견제 등으로 추가 수주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대건설은 UAE 국영 석유회사인 애드녹사 계열의 보르주사가 발주한 플랜트 확장 사업에서 기반시설 역할을 하는 대규모 간접 및 동력시설 건설공사를 따냈다고 27일 발표했다. 수주 금액은 9억3500만달러다. 현대건설은 세계 최대 폴리머 플랜트 기반시설 공사를 단독 수주,시공 과정 전체를 독자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공사 기간은 44개월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전에서 국내 GS건설 및 스페인계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사 등과의 경쟁을 뚫고 최저가 낙찰자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사 수주로 현대건설의 올해 총 해외 건설 수주액은 45억달러로 늘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보르주사가 발주한 12억5000만달러 규모의 폴리올레핀 플랜트시설과 4억달러 규모의 저밀도 폴리에틸렌 플랜트를 이탈리아 테크니몽사와 공동 수주했다. 이 중 지분 48.5%를 갖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의 몫은 전체 16억5000만달러 가운데 8억달러다.

이 회사는 테크니몽사와 함께 설계 · 조달 · 공사 · 시운전의 전 과정을 일괄 턴키방식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에 따낸 공사는 UAE 르와이스 공단에 건설하는 보르주 3차 확장 프로젝트의 일부다. 이 가운데 폴리올레핀 플랜트는 세계 최대 규모로 연산 90만t의 폴리프로필렌과 108만t의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다. 공사는 2013년 9월께 마무리된다. 이로써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들어 26억달러 규모의 해외 수주를 달성했다.

이번 수주로 최근 유로화 약세 등 영향으로 중동 지역에서 국내 플랜트 업체들의 수주 행진이 멈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수그러들었다. 유로화 약세를 등에 업은 유럽 경쟁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만 국내 업체들의 수주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번 수주 성공 요인은 가격 자체보다 그동안 르와이스 공단에서 쌓아온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며 "유로화 약세는 약간의 위협 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플랜트 업계는 중동 지역에서 추가 대규모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담수 및 수처리시설 공사 수주를 앞두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사우디 라빅 6단계 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서 막판 경합을 벌이고 있다.

장창민/성선화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