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등 국내 조선사도 물량 숨통 트일 듯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솔로몬저축은행과 또 다른 금융사가 투자자로 참여한 선박펀드 '블루마린'은 최근 SPC(명목상의 회사)를 통해 현대중공업(6척),대한조선(4척),현대미포조선(2척)에 선박 12척을 발주했다. 선박 건조금액은 5억달러 규모이며 펀드 운용사는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다.
◆금융사 100% 직접투자
'블루마린'이 기존 선박펀드와 다른 점은 금융사가 국내 처음으로 선박펀드 조성자금 100%를 투자했다는 것.과거에는 금융권이 선보인 다양한 선박펀드에 일반투자자나 기관투자가들이 자금을 투입, 선박을 운영한 뒤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하고 금융회사는 수수료를 챙기는 형태였다. 지난 26일 국토해양부가 인가한 민간선박펀드('한바다 2호' 선박투자회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선박 건조자금 전액을 국내 투자자(하이투자증권 모집)에게서 충당해 일정기간 운영한 뒤 이익을 배당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펀드는 솔로몬저축은행과 또 다른 금융사가 5억달러 모두를 투자하는 방식이다.
선박을 운용할 선사가 배제된 점도 특이하다. 통상 선박펀드가 구입한 선박을 운영하는 전문 해운사를 두는 게 통례이지만 이 펀드는 해운서비스회사를 두고 있다. SPC는 건조될 선박을 운용할 해운서비스 회사와 최근 용역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12척의 배는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건조될 예정이다.
◆선박펀드,장기 투자처로 급부상
솔로몬의 선박금융 '외도'는 이미 예견됐었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수익을 올리기 힘들어지는 등 마땅한 장기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침체일로를 걷던 해운업 경기가 작년 말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선제적인 투자로 장기수익원 발굴에 나선 것.그동안 저축은행들이 해운회사가 선박을 구매할 때 자금을 대출해주고 연 8~9%의 짭짤한 금리를 챙겼던 '기분좋은 경험'도 선박펀드 결정에 한몫했다.
대형저축은행 투자금융팀 관계자는 "선박을 매입해 운항수입을 올리고,선박 가격 상승에 따른 매각 차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저축은행 업계에서 관심이 높았다"며 "당국에서 저축은행 업계에 외환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의 선박금융 진출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겉으론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조선업계도 '솔로몬펀드'를 반기고 있다. 해운업황이 극도로 침체되면서 외국선사들의 발주 취소가 늘며 조선업체들의 재무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이 선박펀드를 만들어 신조 발주와 발주 취소된 선박을 재매입한다면 자금운용에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블루마린이 발주한 선박 12척 가운데 2척은 외국선사가 경영이 어려워지자 발주를 취소한 물량을 다시 사들인 선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2008년 당시 확보해 놓은 3년치 수주물량 가운데 발주 취소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있다"며 "발주가 취소되더라도 선수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여서 이 선박을 선박펀드에 되팔면 조선사들의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