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안에 있으면 일 얘기만 하는데 가족들이 난리예요.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 녀석은 인질이 될지 모르니 관두라고 하고…."(전자업체 40대 여자 부장)

"개성 밖을 나와 많은 기자들을 보니 그제야 실감이 나네요. 개성만이 세상과 따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피혁업체 30대 남자 과장)

남북 갈등의 위기감이 연일 고조되고 있지만 개성공단은 정상 가동 상태다. 27일 북한이 그동안 피해왔던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했지만 오전 8시 북한의 남측 인원출입동의서 발급,8시30분 남측 근로자들의 출경으로 시작되는 하루의 모습은 이날도 그대로 이어졌다. 남북이 시끄러운 가운데 오히려 개성공단만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날 6 · 2 지방선거 부재자 투표 실시를 위해 3~4일 만에 개성공단을 빠져나온 입주기업 장기 체류자들은 '인질 가능성','공단 폐쇄' 등 최근 개성공단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에 다소 낯설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향후 전망을 기자들에게 되묻는 등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투표는 예정보다 10분가량 늦은 오전 10시10분 도라산CIQ(출입국사무소)에서 시작됐다. 부재자 신고를 한 근로자는 275명.근로자들은 입경장을 통과해 곧바로 2층에 마련된 66㎡ 크기의 투표소로 향했다. 근로자들은 투표 대기시간 동안 투표소 옆 식당에서 후보자 홍보물과 투표용지 등을 꺼내 꼼꼼히 살폈다. 근로자들은 "누가 누군지 도통 모르겠다","8명을 뽑는거야?"라고 대화를 나누며 투표자를 골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후보자 공약 등을 열심히 읽는 모습이었다.

투표를 마친 근로자들은 한결같이 "개성공단은 평온하다"면서도 "하지만 남측 근로자들과 북측 근로자들 사이에 불안감과 미묘한 어색함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예전에는 (북측 근로자들이) 일하면서 농담도 하고 그러더니 최근에는 너무 조용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며 "북한 관리자들이 입단속을 단단히 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기업 대표는 "북한 관리자가 '남측 기업들이 나갈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며 "그들도 한편으로는 폐쇄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라산=임기훈/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