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은 주식보다는 부동산의 성향에 가까워요. 요즘처럼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을 때는 자산가들이 집이나 건물,미술품,금 등의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포트폴리오를 짤 때 주식과 미술품에 함께 투자한다면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세계 최초의 미술품 가격지수인 메이-모제스 지수(Mei&Moses Art Index)를 만든 메이젠핑 중국 창장(長江)경영대학원 교수(50)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술품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좋은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 될 수 있어 5년 이상 장기 투자한다면 지금이 그림을 살 때"라고 강조했다.

메이젠핑은 뉴욕대 경영대학원 재직 시절 동료인 마이클 모제스 교수와 함께 1875년부터 125년 의 경매 거래 기록을 바탕으로 미술품 가격지수를 창안해 국제 미술시장에서 주목받았다.

당시 그는 미술품 1만2000여건의 재판매 사례를 분석했고,매년 700건 이상의 리세일 기록을 추가하는 등 오랜 경매 역사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격지수를 만들었다. 지난해 4분기 메이-모제스 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상승하며 금융위기로 침체됐던 미술시장에 회복 '신호'를 알렸다.

"국제 미술시장은 지난해 2분기 바닥을 찍었으며 매우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그건 소더비 주가를 봐도 알 수 있어요. 지난해 9달러까지 갔다가 지금은 30달러 선까지 올랐잖아요. "

그렇다면 지금이 미술품을 사야 할 시기일까. 그는 "지금이 장기 투자로 미술품 사기에 아주 좋은 시기"라며 "여기서 말하는 장기는 5년 이상이고 10년이면 더 좋다"고 덧붙였다.

어떤 작품을 구입할지에 대해서는 "아시아 경제의 강세가 한국 미술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며 "특히 그동안 미술계의 주된 흐름은 서양미술이었지만 가까운 미래에 중국과 인도,한국 등 아시아 미술이 중요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거든요. 최근 2~3년 동안 아시아 지역 인기 작가 작품값 역시 이미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고요. "

미국 유럽 등의 경매시장이 회복되면서 고수익을 찾아 철새처럼 떠도는 '돈'이 아시아 지역 미술품을 훌륭한 '먹잇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 미술시장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호황을 누리다 불황에 빠졌다. 당시 일본이 미술시장의 '큰손'이었고 고흐 · 모네 등 인상파 작품이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미술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최근 미술시장의 성장엔진이 글로벌화해 새로운 동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 러시아 · 중동 등 신흥 경제국들의 부호가 크게 늘면서 미술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술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미술품에 대한 '식욕'도 비교적 왕성한 상황이다. 그도 미술품에 투자하는지가 궁금했다.

"저도 미술품을 삽니다. 누구 작품을 샀느냐고요? 그건 제 지수의 신뢰도가 떨어질까봐 말할 수 없어요. "

그는 "주식시장이 꺼진다고 해서 미술시장이 바로 함께 꺼지지는 않더라"며 "양쪽에 투자하면 둘이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움직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품의 가치를 매길 때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할까. 그는 "미술품 가격은 화가의 화풍을 비롯해 작가의 이름값,실물경제,작품성 등 네 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며 "실물경제 상황이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메이-모제스 지수를 만들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동료인 마이클 모제스 교수의 부인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수를 만든 계기는 사실 좀 웃겨요. 1999년 모제스에게 요새는 뭘 연구하느냐고 물었더니 남는 시간에 소더비 경매 자료를 모은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금융전문가인 저를 만나 함께 작업에 착수해 메이-모제스 지수가 탄생한 것입니다. "

그는 보통 작가 100여명의 작품 1만~1만2000점 정도를 기준으로 재판매 사례 1000~1500건 정도면 의미 있는 지수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예컨대 메이-모제스 중국 미술품 가격지수는 작가 750여명의 재판매 사례 1800여건을 관찰한 것입니다. 한국은 1995년까지 경매가 없던 중국보다 경매 역사가 오래됐으니 더 좋은 지수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