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 기행] (3) 영국 에든버러‥새로운 사유와 자연과의 아지트
에든버러에서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을 다스리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버크와 헤어가 온다"고 외치기만 하면 된다. 이 말 한마디면 법석을 떨던 아이들도 이내 조용해진다. 영어에서 살인자 버크(burke)의 이름이 '목 졸라 죽이다'라는 의미의 동사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버크와 헤어 사건이 불러일으킨 공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를 말해주는 실례다.

연쇄살인의 무대였던 에든버러는 개인의 경험만을 인식의 토대로 삼는 경험철학과 자연과학의 발전을 옹호한 진보의 아지트였던 만큼 신 중심의 기독교적 전통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새로운 사유와 과학의 발전은 한편으로 낭만적 상상력의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월터 스콧의 역사 소설,코넌 도일의 추리소설,스티븐슨의 과학소설은 에든버러의 독특한 전통 속에서 가능했고 그러한 전통은 이곳에서 집필된 조앤 롤링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를 통해 오늘도 살아 숨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