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가들이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강도 긴축에 돌입함에 따라 유럽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최대 경제권일 뿐만 아니라, 우리로서도 중국 다음으로 큰 수출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출과 경제 전반에 대한 파장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스페인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올해와 내년에 총 150억유로의 정부 지출을 줄이는 계획을 확정한 것을 비롯 이미 그리스 포르투갈 영국 이탈리아 등이 공무원 임금 삭감을 포함한 대규모 예산 축소계획을 내놓았고 독일과 프랑스도 각각 실업수당 축소와 정년(60세) 상향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정위기의 진원지였던 그리스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조건으로 약속했던 연금개혁안을 후퇴시키는 재협상을 추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1~2년 안에 국채 지급 유예(猶豫) 등 채무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된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한동안 지속되고 결국 유럽 각국의 재정긴축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만큼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유럽경제가 지금 같은 체제로는 연 1.5%대 저성장과 7~8%의 고실업에서 헤어나지 못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유럽 경기침체가 우리 수출에도 타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EU 27개 회원국에 대한 우리 수출액은 465억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8%나 된다. 중국(23.9%)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아세안(11.3%)과 미국(10.4%)을 웃돈다. 유럽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가 우리 수출을 급격히 위축시킬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중국의 유럽 수출비중이 아시아지역 다음으로 높은 20% 수준이고 미국도 유로존 수출비중이 16%나 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장차 이들의 유럽수출 감소가 현실화하면 자칫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번질 소지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시장 여건 변화를 감안해 장기적인 수요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시장개척과 제품 마케팅 전략 등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고 새로 짤 필요가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당초 4월로 예정됐다가 지연되고 있는 EU와의 FTA 발효를 서둘러야 한다. 특혜관세를 통한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수출기업의 원산지 증명 등 인증지원 시스템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시급하다. 유망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를 비롯,기업들의 새로운 시장개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체제를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