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사업만 할 수 있게 해주세요. "

남북간 긴장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 20여명은 28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빌딩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개성공단의 위기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대책 등을 논의했다.

정부가 지난 24일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 전면 중단' 등 천안함 관련 대북 조치를 발표한 이후 입주 기업 대표들이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26일 "남측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할 경우 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개성공단)에서 남측 인원,차량에 대한 전면 차단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입주 기업들이 긴급 회동을 가진 것은 최근 들어 거래처에서 주문을 줄이거나 담보를 요청하는 등 대북 리스크가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입주 업체 대표는 "이틀 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맡겨오던 거래처 한 곳이 생산을 개성공단이 아닌 다른 지역 공장에서 해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안 그래도 개성공단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주문량까지 감소하는 바람에 난감하다"고 말했다.

거래처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우려해 담보를 설정하거나 추가 계약을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가죽장갑 제조업체인 B사 대표는 "거래처들이 개성공단에 생산을 맡기는 것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위탁생산을 맡기던 업체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납품이 안 돼서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계약 금액의 20%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계약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신사복 제조업체인 S사 대표는 "주문량이 줄어든 데다 그나마 남아 있는 거래처들도 리스크를 우려해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다른 입주 업체들도 담보를 설정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대북 심리전이 재개되면 안 그래도 경영난에 빠져 있는 개성공단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 전단 살포나 확성기 방송 등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평양에 섬유공장을 두고 있는 김정태 평양대마방직 회장(67)은 이날 서울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통일협회 주최 강연회에서 경협 창구가 닫혀선 안 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남북 관계가 단절되는 한이 있어도 경협은 마지막 소통의 통로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북한 새별총회사와 함께 평양에 삼베와 비단,수건 등 섬유제품을 생산하는 남북 최초 합영기업인 평양대마방직을 세웠으나 지난해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남북간 긴장관계 조성으로 지금까지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고경봉/장성호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