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5억의 인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문명의 발상지이면서 동시에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 개도국이었기 때문에 과거와 현대,안정과 역동,금욕과 탐욕,인내와 열정이 공존하고 있다. 공식 지정언어만 18개에 이른다. 인종과 종교도 다양하다.

인도인들은 다양한 환경에 적응을 잘한다. 융통성이 뛰어나며 남과 타협을 잘 한다. 서구인처럼 세상사를 선(善)과 악(惡)으로 명쾌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인도에 대해 무엇이 진실이든간에,이에 대한 반대생각 또한 맞다. 인도인들은 세상사가 검거나 희다는 식의 이분적으로 간단하게 구분할 수 없으며,이면에는 회색 그늘이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인도인들은 실적이나 실력이 중요하지만 연령 · 연고 · 줄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도 시성(詩聖)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는 인도인의 이중성을 "나는 두 개의 집을 가진 철새와 같다. 농촌에 있으면 인도인이 되고,캘커타시에 닿으면 유럽인이 된다. 어느 쪽이 내 진정한 자아인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인도인들은 밖에서는 양복을 입고,영어로 말하고,직장에서 서구관습을 따르지만 집에 와서는 인도 의상,현지어로 이야기하고 선량한 힌두교도로 행동한다.

인도 타밀어 영화인 닐라웨 와에서 남부지방의 유명한 국민가수인 하리하란은 "너는 산들바람,나는 한 그루 나무.산들바람이 어느 쪽에서 불어 오든,나의 머리는 너를 향해 돌아간다"고 노래했다. 사고가 유연하고 타협 잘 하는 인도인들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인도인들의 마인드 세트는 모호함을 잘 참아낸다. 사물을 통합적으로 보고,외통수로 흐르지 않고, 여러모로 머리를 굴려 궁리하기를 잘한다.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외견상 상호 모순된 세계와 아이디어가 동시에 존재해도 편안함을 느낀다. 모순된 세계를 활용해 돈을 버는 데 경쟁우위를 지니고 있다.

외국인들은 인도인들이 이처럼 이중적인 아이덴티티에 아주 잘 적응한다는 점을 주의깊게 인식해야 한다. 인도의 결혼식등 큰 행사 · 관공서 · 크리켓 경기 등에서도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적극 일하는 소수 사람,주변을 얼쩡거리며 수동적으로 일하는 사람,나머지 대다수인 구경꾼이다.

인도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는 정부와 정치권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인도 어느 공기업이 민영화될 때 관계부처 장관은 매수자에게 해당 기업을 매수하지 말라고 다각도로 신호를 줬다. 정부지분이 26%이고 매수자 지분이 45%임에도 불구하고 관계 장관의 영향력 행사 때문에 민영화된 이 회사는 사업 정상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인도 국민들은 통치자에게 일종의 경외감을 갖고 있다. 오랜 역사 동안 마을 촌민들의 현안은 모두 '판차야트'로 불리는 마을 자치회의에서 걸러지고,통치자나 왕은 아주 먼 곳에 떨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일반 백성들에게 왕은 신(神)으로 여겨졌다.

많은 기업인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장관들에게 잘 보이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 철강왕 락시미 미탈이 인도에서 주최한 파티 일화는 이런 특성을 잘 설명해준다. 파티에 초청된 인도 기업인들은 미탈보다는 참석한 주정부 총리에게 눈도장을 찍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주 총리 앞으로 모여들었다. 인도에서 정치인들은 기업을 밀어주고 사업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파워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최동석 KOTRA 뭄바이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