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가보면 전국 주요 도시의 골목상권을 장악한 재미있는 점포가 눈에 많이 띈다. 대부분 상품을 100엔(약 1350원)에 팔고 있는 '100엔숍'이다.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실속파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신 유통 업태다. 미국에선 '1달러 숍'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점포가 1990년대 후반 등장했다. 균일가 숍의 대표 주자인 다이소아성산업은 2001년 일본 1위 100엔숍 운영업체와 합작해 54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해 6월 말 문을 연 다이소 명동M프라자점은 개점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저가'를 무기로 내세운 다이소가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서울 명동 한 복판에 초대형 점포를 열었기 때문이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를 나서면 화장품 브랜드숍 '네이처리퍼블릭'을 시작으로 더페이스샵,아리따움 등 화장품 · 의류패션점들이 몰려 있다. 70~80m가량 걸어가면 M프라자빌딩이 나오고 이곳 4층에 다이소가 있다. 지난 주말 오후 4시께 찾은 다이소 매장 입구에는 '대한민국 대표 생활 센스 스토어' 간판이 걸려 있었다.

저가 숍을 예상하고 매장에 들어서면 깜짝 놀라게 된다. 매장은 700㎡로 대형 슈퍼마켓 규모이고,취급 품목은 1500여종을 넘는다. 판매 제품은 500원부터 5000원까지 다양하다. 장미,천일홍 등 생화는 물론 화장품 판매코너까지 화려하게 꾸며져 눈길을 끈다. 평일에도 불구하고 20~30여명의 고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생각보다 물건이 많네''야,가격이 정말 싸다' 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종로구 혜화동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는 주부 김선하씨(45)는 "딸 아이가 볼 만한 상품이 많다고 해 친구와 함께 왔는데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것 같다"고 말했다.

M프라자점은 다이소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저가 생활용품 이미지가 강했던 다이소가 '다양하고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매장'으로 이미지 변신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게 회사 측의 평가다.

매장을 찾는 소비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개점 초만 해도 점포 근처 오피스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이 손님의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인근 지역에서 쇼핑을 나오는 주부와 젊은 여성들이 많다. 일본인,중국인 등 외국 관광객들의 구매도 크게 늘고 있다.

신정미 M프라자 점장(사진)은 "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방문객들이 증가했다"며 "6월5일부터 개점 1주년 행사를 시작으로 판촉 이벤트를 강화해 명동의 쇼핑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소 M프라자점의 과제는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다. 요즘 하루 평균 방문객이 1300여명,매출은 800만원 선에 달하지만 임대료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다. 평균 객단가는 6000원에 그쳐 매출과 순이익 확대가 관건이다. 매장 관계자는 "PB(자체상표) 화장품 브랜드인 '오가닉팜'과 '플로리안' 코너를 따로 만드는 등 매출 확대를 위해 신상품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며 "국내외 쇼핑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 연말이면 본격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727-3450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