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와 증시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의 긍정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도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거래일간 3조6000억원어치를 내다판 외국인은 28일 증시에서 소폭이나마 순매수로 전환했다.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하긴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원 · 달러 환율이 1200원 선 밑으로 내려가는 등 큰 고비는 한차례 넘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외국인 열흘 만에 순매수

이날 코스피지수는 15.28포인트(0.95%) 상승한 1622.78로 한 주를 마감했다. 중국의 유럽 국채 보유 소식에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 우려가 줄면서 주요국 증시가 반등,투자심리가 호전됐다. 이로써 코스피지수는 사흘간 61.95포인트 올라 최근 2주간의 낙폭을 절반가량 만회했다.

외국인은 지난 13일 이후 열흘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철강(308억원)과 운수장비(378억원)를 중심으로 모두 587억원을 사들였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전날까지 하루 평균 4000억원의 대량 매물을 쏟아내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들어 빠져나간 유럽계 자금이 약 3조1000억원으로 작년 3월 이후 순매수 금액(3조8000억원)의 80%를 넘어서고 있다"며 "급한 매물은 상당부분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경기 전망을 낙관하고 있어 일단 외국인 매도세는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JP모간증권은 "지방선거 이후 정부의 가격 통제가 완화되면서 소비 및 금융 부문의 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일시적으로 가치가 급락한 원화도 결국 강세로 돌아서면서 내수를 촉진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한국 기업들의 수혜가 지속되면서 하반기 증시 강세를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보다 높아진 현재의 원 · 달러 환율 수준에서도 수출기업의 글로벌시장 점유율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설사 유럽 수요가 급감하거나 '더블딥'(이중 침체)이 현실화하더라도 한국 수출주들이 받는 충격은 다른 국가 수출주에 비해 작을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지고 있지만 조정을 이용해 한국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윤석 크레디트스위스(CS) 전무는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내수주들이 피난처가 될 수 있지만 과거 경험상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정보기술(IT)주들이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고 조언했다.

◆고비 넘겼지만 여전히 안갯속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문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위기 확산에 대한 공포는 일단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1650선까지는 반등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투자심리가 안정되면서 외국인도 그간 많이 판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수 있어 수급상 부담은 크게 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중장기 이동평균선이 걸려 있는 1650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는 등 내부적인 모멘텀이 더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의 매수세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험상 뉴욕증시 오름폭에 비해 이날 매수 규모가 크지 않았다"며 "이는 기존 투자자의 차익 실현과 신규 투자자의 저가 매수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채권을 보유한 외국인 입장에선 일단 유동성 확보 전략을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사태가 여전히 진행형이어서 외국인의 대량 매도가 멈췄다고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길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